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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유린 방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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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유린 방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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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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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득이'로 불리는 지적 장애인 고모 씨(47)가 19년간 강제노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2의 만득이'가 더 존재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씨는 1997년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 오송 자신의 집에서 불과 10여㎞ 떨어진 청주시 청원군 오창읍 김모 씨(68)의 집에 머물며 강제노역을 해야했다. 지문 인식만 했어도 고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지만 김씨는 그러지 않았다. 창고에 딸린 2평 남짓한 허름한 쪽방에서 숙식하게 하고 새벽부터 소똥을 치우고, 젖을 짜는 노역을 시켰다. 19년간 고씨를 본 마을 주민들도 그의 존재를 애써 모른 척하며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인부 정도로만 취급했다. '만득이'라고 불리는 그에게 누구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행정기관 역시 '만득이'의 강제노역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복지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고씨 같은 지적 장애인이 더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나마 청주시가 지난 4월부터 실시한 장애인 거주 실태조사를 했던 덕에 고씨가 행방불명 상태였다는 것이 확인됐을 뿐이다. 청주에서는 4년 전 학대로 숨진 의붓딸을 암매장한 사건이 지난 3월 발생했다. 당시 청주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장애인 3만7000여명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다. 시는 1개월 만에 조사를 끝내려고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 장애인이 적지 않았고, 읍·면·동에 1명씩 근무하는 장애인 담당 직원이 수만명을 일일이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는 조사 기간을 늘려 지난달까지 1차 조사를 했다. 그 결과 360명의 정확한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았다. 3개월의 조사에서도 장애인 100명 가운데 1명이 연락되지 않는 셈이다. 고씨와 같은 처지의 또 다른 장애인이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시는 이달부터 2차 정밀조사에 나섰다. 이 조사에서도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근로복지공단 등 다른 기관과 연계해 정밀조사를 한 뒤 범죄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연락이 되지 않는 장애인이 상당수 있어 거주실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직접 연락이 되지 않는 장애인은 동네 주민과 접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이 사건이 불거지나 뒤늦게 도내 지적장애인 9209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도는 시·군 담당 공무원과 이·통장, 장애인 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들의 생활 실태를 조사한다. 보호시설 또는 자택에 거주하는지, 행방불명된 장애인이 있는지. 학대나 강제노역을 받는 사례가 있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고씨가 행방불명됐던 경위를 가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적장애인은 인권이 침해돼도 가해자에 대항하거나 도움을 청할 능력이 없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가운데 고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제2, 제3의 '만득이'가 더 없으리란 법이 없다. 고씨 사건을 접한 충청북도는 도내 지적장애인 9천여 명(등록 기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이를 확대해 고씨와 같은 불행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구하고, 장애인 인권유린 방지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씨의 모친과 누나도 지적장애 2급이라고 한다. 이런 가정이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있어야 한다. 장애인 시설에서 차별이나 폭행 등의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려 먹고 학대한 파렴치범에 대한 단죄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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