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관 출신인 보험사 직원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이 4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심재완 부장판사)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5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2∼5월 병원 2곳이 연루된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실과 주요 피의자 진술 등 수사 내용을 보험사 조사실장 B(53)씨에게 누설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B씨는 1998년부터 10년 넘게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보험사로 옮겼으며 A씨와는 과거에 함께 근무해 친한 사이였다.
보험사에서 보험사기를 조사하거나 경찰 수사를 지원한 B씨는 병원 2곳이 실손보험을 적용할 수 없는 시술을 하고도 환자들이 허위 보험금을 받게 해줬다며 A씨에게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A씨가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실뿐만 아니라 영장 집행 시점과 피의자 조사 시각 등도 B씨에게 알려줬다며 2021년 3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또 경찰 사무실에 들어가 압수수색 영장 표지 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팀장에게 보낸 B씨도 건조물 침입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그러나 A씨는 4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적이 없다”며 “수사상 필요에 의해 B씨의 협조를 받았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B씨도 “당시 A씨와 다른 수사관들의 승낙을 받고 경찰 사무실에 출입했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촬영한 사진은 별건 수사를 통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법원도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법한 증거들을 배제하면 A씨와 B씨의 혐의를 입증할 다른 증거가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촬영한 압수수색 영장 사진은 그의 다른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하다가 발견됐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최초 피의사실과는 다른 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 사진을 발견하고도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도 압수수색 영장 사진을 확보한 경위에 의문을 갖고도 곧바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B씨의 휴대전화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작성한 수사 보고서나 여러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가 경찰 사무실을 자주 출입했고 전직 경찰관으로서 수사 관행을 잘 알던 점을 고려하면 A씨가 직접 사건 정보를 누설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전국매일신문] 인천/ 맹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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