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군서 합동입학식도 열려…"아이 낳기 좋은 세상 만들어야"
![4일 인천 강화군 교동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을 마친 1학년 신입생이 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입학생이 1명이다. [연합뉴스]](/news/photo/202503/1124512_829120_2341.jpg)
공동화 현상을 겪는 구도심이나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신입생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나 홀로' 입학식을 하거나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개최하지 못한 학교가 적지 않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국가와 지방정부가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모성보호시간 등의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적극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5년 전통을 자랑하는 충북 옥천 군서초등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4일 신입생 없이 새 학기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시골 학교가 그렇듯 1970∼1980년대 1천200명을 웃돌던 군서초 학생 수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다가 순식간에 두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학교가 위축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지역사회는 군서면으로 이사 오라는 의미의 '군서245 운동'까지 펼쳤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분교를 포함해 강화군 삼성초 등 인천 7곳, 춘천 당림초 등 강원 21곳, 울산 1곳(울주군 상북초 소호분교), 경기 1곳(여주 이포초 하호분교), 익산 용안초 등 전북 25곳, 여수 돌산초 등 전남 32곳, 충북 7곳, 충남 16곳이 신입생이 1명도 없이 학사일정에 들어갔다.
대도시도 인구 절벽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대전 서구 평촌동 기성초 길헌분교는 전교생이 10명 미만인 미니학교인데 올해는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했다. 대전에서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도 신입생 없이 쓸쓸한 신학기를 맞았다.
강원 접경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이날 유일한 신입생인 이모(7)군의 입학식을 진행했다.
이군은 부모, 누나와 함께 밝은 모습으로 입학식장인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교장의 환영사에 이어 담임 교사와 선배 누나, 형들은 미소와 박수를 건네며 이 군의 입학을 내 일처럼 축하했다.
이 학교처럼 신입생이 1명뿐인 곳은 전국적으로 수두룩했다.
강원은 22곳이 더 있었고, 충남 28곳과 인천 5곳, 경기 5곳, 부산 1곳, 충북 14곳이 '나 홀로 입학'을 했다.
일제강점기인 1907년 개교한 광주 중앙초도 도심 공동화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는 신입생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인 대구 군위군에서는 신입생 부족으로 4개 초등학교 입학식이 한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군위군 부계면 부계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이 학교 신입생 6명과 효령면의 고매초 신입생 1명과 효령초 신입생 2명, 의흥면의 의흥초 신입생 1명을 위한 '2025학년도 합동 입학식'이 열렸다.
전국에서 젊은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세종시마저 학령 인구 감소를 실감하고 있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직선거리로 약 8㎞ 떨어진 연동면 연동초등학교는 지난 1월 예비소집 결과 응소자가 한 명도 없어 입학식을 못 할 뻔했다.
다행히 한 가족이 최근 이사를 왔고, 도심에 사는 한 쌍둥이 부모가 이 학교에 입학 신청을 하면서 이날 입학식이 치러졌고, 서기원 교장은 "여러분들의 입학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쌍수를 들어 반겼다.
교육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다.
충북교육청 행정과의 하재숙 학생배치팀장은 "작은 학교 살리기 차원에서 인위적인 통폐합은 지양하고 소규모 학교 살리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지자체와 함께 학령인구를 높이기 위한 대안을 찾아보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책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보편적 교육복지를 강화하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초등학교 신입생에게 연간 30만원을, 중·고교 입학생에게 20만원의 입학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큰 소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광주시교육청도 신입생들이 도서 등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초등생 10만원, 중·고교생 30만원의 입학지원금을 주고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각종 교육 복지정책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지속해서 줄면 결과적으로 폐교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역공동체 구심점이자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학교의 폐교는 지역의 쇠퇴를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폐교 예정인 전국의 초·중·고교는 49곳이다.
전남이 10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6곳이나 된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나 홀로 입학식이나 폐교를 막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육아시간이나 모성 보호 시간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 당국의 절신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상연 양지웅 김용태 최종호 백도인 여운창 김호천 이덕기 조정호 여운창 박병기 한종구 윤우용 기자)
[전국매일신문] 전국종합/ 박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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