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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현실 인식하고 성숙히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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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현실 인식하고 성숙히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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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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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우리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 중국산 오프셋인쇄판에 대해 최대 10%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된다. 이 같은 무역위원회의 결정은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의심되는 한국산 규제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맞대응 성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20일 제362차 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내 조판업체인 제일씨앤피㈜가 신청한 중국산 인쇄제판용 평면 모양 사진 플레이트(오프셋인쇄판)의 덤핑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무역위원회는 5.73∼10.00%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관세 부과 최종 결정은 기재부가 한다. 오프셋인쇄는 금속 인쇄판에 칠해진 잉크가 고무 롤러를 통해 종이에 묻도록 하는 인쇄기법으로, 주로 달력이나 잡지 등을 대량인쇄할 때 사용한다.


국내 오프인쇄판 시장 규모는 약 13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중국산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2015년 기준 오프셋인쇄판 국내 생산자는 제일씨앤피를 비롯해 모두 4곳이나,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대량 수입하면서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일씨앤피는 지난해 8월 5일 무역위원회에 중국 코닥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등 9개사의 오프셋인쇄판 덤핑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번 판정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뤄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재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말에는 광섬유 반덤핑관세를 5년 연장하기로 해 '사드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 역시 중국의 불공정무역 행위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번 무역위 결정에 이목이 쏠린 것이다.


작년 7월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초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국은 한국에 노골적인 규제 조치들을 퍼부었다. 그래도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의 주의를 환기하는 선에서  정면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정부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측에 잘못된 것은 정확히 지적하고, 필요한 것은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산업부가  17일 제4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소집한 것도 그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 TF는 중국을 둘러싼 통상현안과 현지 진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점검할 목적으로 작년 말 가동된 관계부처 합동회의이다. 이번 회의에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집중피해를 본 국내 자동차, 화장품 등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무역장벽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 회의에서 중국 측의 '반 사드' 제재 조치들에 대한 우려를 공식 전달했다. 정부는 한국산 폴리옥시메틸렌 반덤핑 조사, 광섬유 반덤핑 조치 연장, 폴리실리콘 반덤핑 관세율 재조사, 방향성 전기강판 반덤핑 판정 등을 사드와 연관된 수입규제 사례로 지적했다. 또 한국산 조제분유 등록 제한, 의료기기 등록수수료 부과, 화장품 19종 수입 불허, 춘제(春節·중국 설) 기간 전세기 운항 불허,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한류' 위축 등 비관세장벽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산자부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 측으로부터 "한국이 제기한 문제를 깊이 검토하고 관련 부처에 전달해 소통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우리 측이 '반 사드' 제재로 지적한 내용 중 정식 안건으로 채택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중국 측이 태도를 바꿔 무역보복을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무역위의 이번 결정이 양국 간 무역갈등을 넘어 통상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불행한 결과는 우리는 물론 중국 측도 바라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성숙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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