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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똘똘 뭉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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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똘똘 뭉쳐야 한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3.0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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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몽니'가 갈수록 거세다. 지난달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해 한·미가 연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합의하자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막말까지 했다. "한국은 미국의 바둑돌로 전락하고 한국인의 비극이 될 것"이라며…. 이는 일과성 엄포는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중국은 그간 각종 통상제재 수위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정부 간 갈등이 애먼 국내 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따랐을 뿐인데…. 마땅한 대응책은 없고, 수십 년 간 공들인 중국사업은 물론 그룹 전체의 존망이 걸렸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 중국 정부로 부터 난타당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잇단 몽니성 점검에 이은 제재와 불매운동이 불붙고 있다. 국내에서는 면세점과 호텔, 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도미노식 유커 급감과 이로 인한 매출급감이 예고돼 있다.

 

우선, 중국 내에서 각종 점검을 필두로 한 영업정지 처분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롯데마트가 23개에 달한다. 지난 5일 4개에서 9개로 늘더니 15개, 23개 점포로 불과 몇일 새 6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내 100개 점포 중 25% 정도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셈이다. 롯데그룹의 중국 공식홈페이지는 일주일째 마비 상태이고, 롯데 상품 불매운동도 점화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한국 관광금지령의 후폭풍이 대기 중이다. 면세점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업계는 800만 중국 관광객 중 최소 350만 명의 유커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업계가 하루아침에 사업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그중에서도 롯데면세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 맏형이자 세계 면세시장 3위권인 롯데면세점은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매출만 해도 시내 6개 면세점의 절반을 차지한다. 작년 롯데면세점 매출액 6조원 중 70%인 4조2000억원은 중국인 관광객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2조원 내외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게다가 패키지 관광 형태로 이어지는 롯데월드타워,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등의 피해까지 감안하면 롯데그룹 전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지고 보면 사드배치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아닌가. 롯데그룹은 대승적 차원에서 따랐을 뿐이다. 그 와중에 애먼 롯데만 중국 정부의 집중 타깃이 됐다. 기업은 ‘악’소리를 내며 ‘SOS’를 치고 있지만 정부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쉽게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던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의 8개월 전 안일한 발언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외교적인 채널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롯데그룹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한국 기업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원부터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어떤 기업이 정부를 믿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중국도 사드배치에 불만이 있다면 정도를 걷는 것이 옳다. 공식 채널을 통해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 항의하는 등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롯데라는 특정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문을 닫게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졸렬한 처사다.

 

한반도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심술(몽니)이 옹졸함을 넘어 치졸하기 짝이 없다. 대국(大國)이라고 외치면서 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는커녕 시정잡배들이나 할 법한 억지를 쓰고 있다. 사드를 빌미로 문화, 관광에 이어 심지어 화장품에까지 제동을 걸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경제대국, 군사대국이라고 자처하면서 이같은 방식으로 사드배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소국(小國)이나 벌일 수 있는 행위다.

 

노골화되어 가고 있는 중국의 막가파식 복수에 한국은 경제는 물론 문화, 관광 등 전반에 걸쳐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사드는 반드시 배치되어야 한다’라는 미국의 단호한 입장 앞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에 한국이 끼어 있는 형국이다.

 

1894년 6월∼1895년 4월, 청(淸)과 일본이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다툰 청일전쟁을 연상케 한다. 지금은 일본 대신 미국이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힘의 논리에서 배제되고 있다. 약한 국력과 실패한 외교에 또다시 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중국의 몽니에서 벗어나고 미국의 압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묘안을 시급히 짜내어야 할 시점이다. 지금처럼 국론 분열의 양상으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익 앞에서는 너나할 것 없다. 그럴 시간에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에 중국의 패권본색에 굴복하면 안보주권은 물론 언젠가 통상주권도 잃게 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란 점이다. 사랑채를 열어줬다 안방까지 내주는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 내부가 똘똘 뭉쳐야 한다. 중국의 공세보다 더 두려운 건 "사드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며 등을 보이며 뒷걸음치는 우리 정치권의 지리멸렬한 분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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