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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사용범위 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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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사용범위 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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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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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십억 원대의 뇌물을 상납받은 의혹이 사실상 드러나 충격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에게 건네진 돈이 '통치자금'이나 기타 불법행위 연관 명목으로 정치권 등에 흘러간 것이 아닌지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맞춰 검찰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자택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 '상납'이 의심되는 돈은 연간 10억여 원씩 4년간 40여억 원이라고 한다. 주요 피의자는 안·이 전 비서관이지만 조 전 수석도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정원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상납받은 혐의에 관한 수사"라고 밝혀 뇌물 수사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주도한 '댓글공작'이나,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기업을 동원해 보수단체를 지원한 '화이트 리스트' 사건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검찰은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예산과 인사를 총괄했던 이헌수 전 기조실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사건과 성격이 다른 검찰의 인지수사인 셈이다. 그러나 사안이 매우 심각해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날 체포된 안·이 전 비서관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정호성 전 제1 부속비서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다. 박 전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온 최측근이라는 뜻이다. 정 전 비서관과 달리 안·이 두 사람은 그동안 국정농단 수사망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망에 걸리는 건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전 정권에서 이런저런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수사 등에 드는 경비를 말한다. 영수증을 첨부하거나 사용처를 밝힐 필요가 없어 '검은 예산'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납세자연맹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간 정부 각 기관의 특수활동비는 총 8조5천631억 원인데 이 가운데 국정원이 4조7천642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아마도 대외 정보수집 등 국정원 핵심 업무의 많은 부분이 기밀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밀 업무에 쓰라고 배정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의 유력인사한테 뇌물로 줬다면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반국가적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정권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검찰이나 경찰의 대공수사비 또는 청와대 활동비로 지원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당장 야당 일각에선 참여정부의 김만복 전 원장 시절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이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안·이 전 비서관이 국정원 돈을 뇌물로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관행적 활동비 지원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검찰은 일단 포착한 혐의에 대해 청와대로 흘러간 돈의 성격과 규모, 두 전 비서관 외에 다른 누가 받았는지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야 한다. 혐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안·이 전 비서관이든 누구든 관련자 전원을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차제에 특수활동비의 편성·집행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예산은 국정원법에 의해 재정 당국의 통제 바깥에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법을 개정해서라도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사용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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