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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정치적 다원성 중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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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정치적 다원성 중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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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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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에서 현저히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 정당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법률상의 요건이 여야 합의로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군소정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 속기록 등에 따르면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정치개혁소위원회는 지난 15일 회의에서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참여해 두 번 모두 의석을 얻지 못하거나 100분의 1 이하의 유효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정당등록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에 합의했다. 이번 법 개정은 헌법재판소가 2014년 1월 정당등록 취소 규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정당법은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해 의석을 얻지 못하고 득표율이 2% 미만일 때 정당등록을 취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등록이 취소될 위기에 처한 진보신당, 녹색당, 청년당 등은 2012년 5월 행정소송과 헌법소송을 냈고, 헌재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존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 결정 후 4년여 만에 열린 법률안 심사에서는 정당 간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회의에서 "우리가 어떻게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정치에 참여하라고 하겠나. 이게 정말 다 기득권이고 양당제 정신이다. 시대정신에 안 맞는다"며 정당등록 취소 요건을 아예 삭제하자는 의견을 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유의미하지 않은 정당이 존속해 합리적인 정당 활동을 해치는 경우가 있어 이런 조항을 둔 것"이라며 두 번의 총선에 참여하고도 2% 미만의 득표율을 내지 못하면 정당등록을 취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박주민 의원이 총선 횟수를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리고 득표율 커트라인을 2%에서 1%로 낮추는 절충안을 제안해 가까스로 합의를 이뤘다.


중앙선관위가 녹색당,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들의 등록을 취소하고 다음 선거에서 당명 사용까지 금지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 직후다. 근거 조항은 정당법 제41조 제4항과 제44조 제1항 제3호였다. 그러자 이들 소수정당은 소송과 함께 해당 정당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재판부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같은 해 11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2014년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5개월가량 앞두고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정당 설립의 자유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국회의원 선거의 부진한 결과'만을 근거로 정당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치개혁 소위의 개정안은 여야 간 등록취소 요건을 절충한 것이다. 헌재의 위헌결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것이다.


신생·군소정당들은 정당법의 이 등록취소 조항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 참여를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신생·군소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굳건한 정당으로 성장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소수의견의 정치적 결집이 봉쇄되고, 정치적 다양성과 개방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만 갖고 정당의 존립 여부를 결정하는 건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참여민주주의 가치를 해치는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은 국민이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를 최대한 폭넓게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치적 다원성을 중시하는 경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 소위의 이번 개정안은 무엇보다 이런 시대정신에 배치된다. 헌재의 위헌결정 취지나 관련 법리와 상충할 개연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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