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민의왜곡'에 대한 엄중한 경종
상태바
'민의왜곡'에 대한 엄중한 경종
  • .
  • 승인 2019.01.31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그에게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만큼 구속 영장을 발부하고 그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선고 결과에 얼굴이 시뻘게진 김 지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초기 버전의 시연을 본 뒤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지사는 수사와 재판 내내 이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시연 당시 사이트 접속 기록, 김 지사의 사무실 방문 사실 등을 근거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뒤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승인 또는 동의했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가 주장한 드루킹 일당의 '말 맞추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부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정만으로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진술마저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드루킹 일당의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충분히 인식했으며, 더 나아가 작업할 기사 목록, URL 등을 주고받으며 댓글 조작을 지속적으로 승인·동의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2월∼2018년 3월 네이버 등 포털 3사의 기사 8만여개에 달린 댓글 140여만개에 대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9천900만여건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가운데 김 지사가 공모한 게 8천800여만건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런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충분히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승인·동의했다고 판단했다. 김지사가 6·13 지방선거 후에도 댓글 조작을 하기로 하고 보답으로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포털 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상 투명한 정보교환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선거에서 왜곡된 여론을 형성해 위법성이 중대하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 지사는 "진실을 외면한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물증 없는 특검의 주장과 드루킹의 거짓 자백에 의존했다며 재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특수관계를 거론하기도 했다.


최종심의 판단까지 지켜봐야 한다. 다만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드루킹 일당의 행태로 한국 정치권의 허약한 급소가 노출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포털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공론의 무대가 되는 온라인 세상에서 최신기술이 동원된 댓글 조작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될 수 있다. 정치권에 기웃거리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자금을 건네고, 대가를 뜯어내는 또 다른 드루킹이 앞으로 언제든 출몰할 수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