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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해진 ‘단계론-일괄타결’ 대치…北美 접점찾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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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해진 ‘단계론-일괄타결’ 대치…北美 접점찾기 가능할까
  • 이신우기자
  • 승인 2019.03.1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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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단계접근 시사했던 美, 2차북미회담 계기 일괄타결로 선회
신뢰부족·美정치 역동성 의식…北은 ‘단계접근' 고수할듯
전문가 “‘단계 최소화'가 해법…韓정부가 중재해야"

북미 비핵화 해법 ‘엇박자’


 미국이 비핵화 해법으로 ‘일괄타결'을 거듭 강조하면서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접점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수분야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북한의 1단계 ‘비핵화-상응조치' 조합을 거부한 미국은 일괄타결론으로 입장을 굳히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에서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토털 솔루션(a total solution·일괄 해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1월 31일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협상을 앞두고 보여준 ‘동시적·병행적' 기조와는 분명 ‘결'이 달랐다.


 미국이 바라는 일괄타결이 ‘비핵화 전체 로드맵 완성후 단계적 이행'을 의미하는지, 전체 로드맵 완성후 단계 구분없이 핵시설과 핵물질·무기를 사실상 동시에 폐기하는 방안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바라는 대로 영변, 영변외 핵시설, 핵무기·물질 등을 떼어내 단계별로 합의하고,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일괄타결론은 결국 과거 북핵 6자회담 시절 추진한 단계적 해법의 실패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5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등 상응 조치를 포괄적으로 담은 9·19 공동성명이 나왔고, 2007년 1단계 이행조치(영변 핵시설 폐쇄 등)를 담은 2·13 합의, 2단계 이행조치(영변 핵시설 불능화 및 신고)를 담은 10·3 합의가 도출됐다.


 그러나 신고에 대한 검증 문제를 놓고 북미가 갈등하다가 결국 6자회담은 좌초했고, 북한은 불능화했다던 영변 핵시설을 신속하게 재건했다. 그리고 북한에 ‘비핵화 상응조치' 차원에서 제공된 유류 등 한미중러의 지원물자는 돌려받지 못했다.


 미국은 ‘단계적 해법'을 재가동했다가 북한이 그때처럼 보상만 챙기고 원상복구 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듯 보인다. 


 반면 북한은 북미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계적 해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제재 해제 등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는 돌이킬 수 있는 반면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력은 폐기후 되돌리기가 어려운 만큼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나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게 북한의 인식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1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도 양국의 비핵화 방법론 차이(일괄타결 대 단계적 해법)를 만드는 요인의 하나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내후년 1월까지, 더 이르게는 내년 11월 대선 전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돌이킬 수 없는 국면까지 진행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질 수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2021년 1월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그대로 남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거래'가 갑자기 깨져도 ‘기본 밑천'은 건질 수 있는 단계적 해법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 협상의 시계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으로 돌아갔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이 미국의 일괄타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만큼 한국 정부가 ‘비핵화 단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중재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현재 국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항복하는 선택밖에 남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미국을 설득하거나, 북한과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도 과거 6자회담 때처럼 하나 주고 하나 받겠다는 식이 아니라 두 단계 혹은 세 단계로 나눠서 비핵화를 할 테니 미국에 증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도 비가역적 조치를 해주면 그다음에 북한이 ‘빅 딜'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일괄타결을 요구하면 협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6자회담 때 단계적 비핵화를 수십년간 해봤지만, 실패로 돌아갔으니 접점을 찾아야 한다. 단계를 최대한 줄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어디서 단계를 구분할지는 북미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한 ‘영변 플러스알파(+α)'를 기준으로 삼고,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그다음에 나머지를 해결하는 구조를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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