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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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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1.1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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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에 정치 편을 보면,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정치의 요체 세 가지를 제시한다. 즉 족식, 족병, 민신지의(足食, 足兵, 民信之矣)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도 넉넉하게 하고, 백성들을 믿게 하는 것이다. 첫째, 먹을 것이 넉넉하게 공급하는 족식(足食)정책이다. 오늘의 경제를 말한다. 백성들이 경제가 무너지면 정치의 한 축이 무너진다. 즉 경제가 정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의 핵심과제가 되어 왔다. 로마제국의 정치인들은 ‘경제인들은 정치를 몰라도 되지만, 정치인들은 경제를 모르면 안 된다.’는 확고한 경제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천년제국이 가능했다. 다음은 군인의 사기를 높이는 족병(足兵)정책이다. 안보가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국방을 지키는 군인들이 풍족함을 느끼고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군인들이 사기가 충만할 때, 나라가 편안해 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부터 방산비리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 더욱 국방이 중요한 전략이다. 그런데 나라를 지키는 무기를 수입하고 거래하는데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뒤로 새고 있었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다. 세 번째 덕목은 국민들이 지도자를 신뢰하는 민신(民信)정책이다.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국민의 대표로서 일해 줄 것을 위임한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지난 해 11월 생뚱맞게 새정치민주연합 어느 의원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준다는 공약이 했었다. 저출산 추세를 막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으로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한 채씩 공급한다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포퓰리즘 공방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니, 집 한 채라도 주어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한다는 설명이다. 취지는 좋으나 가능성은 제로다. 지금 정부는 재정이 부족해 미래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서라도 재정악화를 줄이고자 하는데, 느닷없이 집 한 채가 웬 말인지 모를 일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경쟁하듯 복지공약을 내놓아, 이 나라는 ‘행복’만 기다리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도록 공약은 현란했다. 그런데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준다던 공약은 꿈의 궁전이 되어 무너지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침몰로 민심이 들끓으니 비정상을 정상화로 바꾸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참으로 착했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화 될 것으로 믿고, 살만한 세상이 되겠구나 하고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꿈이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매번 속으면서도 또 믿었고, 믿었던 것이 결국 꿈의 궁전임을 깨달았을 때, 또 한 번 절망해야 했다. 이 런 절망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 요즘 신문을 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같다. 국가적인 큰 시련을 겪었으면 정부는 좀 나아지겠지 했으나 역시 꿈이었다. 우리국민들은 청와대도, 국회도, 검찰도 믿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요체인데, 정치권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대한항공 조현아 식과 흡사하다. 공자가 말한 이 세 가지를 나라를 다스리는 핵심요소라 하며 치국삼요(治國三要)라고 말한다. 그러면 셋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민무신불입(民無信不立) ‘국민이 믿지 않으면 정치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파문은 언급할 가치도 없으며, 정윤회 씨는 오래 전 떠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그러나 박 대통령은 정윤회 씨는 실세는커녕 국정과 전혀 관계없다면서 이 파문과 관련해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 바보 같은 일, 확인 안되는 일,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비록 기자회견에 앞서 나온 결과지만 국민 60%이상은 정윤회 비선개입 문건이 사실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검찰수사를 믿지 못하겠다가 60%다.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청와대가 아니라면 아닌 줄 알아 라고 말하고 있는건 아닌지 영 개운치가 않다. 요즘 정치는 주옥같은 공자의 정치철학을 내팽개치고 아주 치졸하고 역겨운 정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신뢰가 무너지고 국민과의 약속이 깨지는 사회를 우리는 원치 않는다. 국민에게 믿으라 하지 말고 믿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정치가 이 모양이니 국민들은 누굴 믿어야 하는가.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국민 속이기에 재미를 붙였는지, 아니면 국민들이 멍청하고 잘 속아 넘어가는지 어떤 때는 ‘너무한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깨닫게 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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