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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설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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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설에 대한 단상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2.1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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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 고유 명절인 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백화점 대형 매점은 물론 재래시장에는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으로 예전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설이 가까워 옴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설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도처에 흩어져 있던 형제 자매들이 모처럼 만나 정을 나누기도 하고 제를 올리며 조상의 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그런 날이다. 기자가 어릴적엔 고기반찬과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세배 후에 받아든 돈은 덤이었다. 그 돈으로 학용품을 사기도 하고 마을회관 구멍가게에서 입에 넣으면 십리를 갈 만큼 잘 녹지 않는 다는 십리사탕도 사 먹곤 했었다. 올해는 세뱃돈을 마련하는 어른들의 풍속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예년 에는 세뱃돈으로 줄 신권을 교환하는데 5만원권과 1만원권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5천원권, 1천원권의 양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어려워진 살림살이 탓인 모양이다. 이렇게 세뱃돈이라도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민족이 대이동을 하는 설이 눈앞에 다가 왔는데도 아직 귀향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니 마음이 무겁다. 몇해전 뉴스에서 서울 지하철역에서 고향을 그리며 눈물짓는 노숙자를 본 적이 있다. 또 30대 청년 노숙자가 고향도 못 가고 눈물로 밤을 지새는 광경도 봤다. 시골 부모님이 어렵게 농사를 지어 서울로 유학을 보내 대학까지 마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직장이 없어 취직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고시에 도전해 보겠다고 고시원에 들어 가 몇 년이 흘러가다 보니 벌써 나이는 30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시골서 부쳐오던 생활비도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노숙하는 신세가 됐다는 사정도 함께 들었다. 부모님, 친척 뵙기가 너무나 미안해서 일 것이다. 그에게는 고향이, 고향이 아니었고, 친척도 친척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고학력의 인테리 출신이 신문지를 깔고 콘크리트를 베개 삼아 노숙을 해야만 하는 나라,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떤가. 몸도 춥고 마음도 춥다. 떼거리도 걱정이다. 올해도 홀로 설을 보내시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00년에 54만명에 머물던 독거노인은 내년에 3배 가까이 늘어 137만명에 이르고, 지금으로부터 20년후인 2035년엔 전체 노인의 23%인 343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전체 노인들중 외롭고 힘든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 5명중의 한명 꼴로 늘어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받는 대상은 극소수에 불과해, 보호받는 경우보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독거노인들이 더 많다. 그렇다 보니 고독사 사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 대한 이웃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다. 사정이 이쯤되면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위정자들 즉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귀하의 자녀들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 보내고 부러울 것 없는 지위에 앉아 더 높은 곳을 향하여 활갯짓하면서 거리에 노숙자가 보이지 않는지 말이다. 아직도 끼니걱정을 하는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급식이 끊어진 방학때면 되면 먹을 게 없어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어린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모여 골프를 하고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때, 거리의 노숙자는 컵 라면에 소주한잔으로 이 밤을 지새운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국민들이 편히 생업에 종사하며 자식을 공부시켜 이 나라 역군으로 키워 산업현장으로 내보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 하는데, 하루벌이로 나락의 바닥에서 힘든 삶을 영위하는 그들이 존경하는 당신들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억장이 막힐 런지도 묻고 싶다.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세종은 경회루 옆에 초가삼간을 지어놓고 기거하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체험했다하고, 황희 정승은 18년 동안 정승자리에 있었지만 누추한 방 한 칸에 왕골 돗자리를 깔고 살았다고 한다. 이처럼 국왕과 정승부터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인다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풀리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근정전(勤政殿)에는 정치를 부지런히 하라는 문정위민(文政爲民)의 혁혁한 이데올로기가 서려있다. 이 시대 정치인들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권력에 취해 길거리 노숙자나 병들어 신음하는 서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 이 민족이 바라는 정치는 투명하고 청빈한 선비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대통령을 제왕으로 모시는 듯 한 충성경쟁이 그것이고, 한 단계 뛰어오르기 위한 자리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고 장막으로 가리워 실정을 하게 한다면 그것이 과연 그를 위한 일일까. 역사에 남을 대통령을 만들어 가는 데는 대통령보다 그를 모시는 측근들이 바른 자세로 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심히 배려를 해야 하는 것 이다. 부디 올해는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노래가, 정치권에서는 화합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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