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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포항시 RDF사업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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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포항시 RDF사업의 명암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6.0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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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가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 수익형 민자사업(BTO)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와 실시협약 체결 및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안이 최근 포항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7년간 끌어 오던 생활폐기물 에너지화 사업(RDF)이 한 고비를 넘은 셈이다. 이 사업은 포항시 남구 호동 39-3번지 일원(옛 포항도시가스 부지)에 발전시설을 갖추고, 하루 500t의 생활쓰레기를 파쇄와 선별 등의 전처리를 거쳐 270t의 비 성형 고형연료로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RDF사업이다. 국·도비를 포함한 건설보조금 594억 원과 민자 698억 원 등 총 사업비 129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호동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2018년경 준공예정으로 준공 후 15년간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계획이다.포항시는 전기 생산에 따라 연간 90억 원 상당의 화석연료 등의 수입대체 효과와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비율을 줄이는 것은 물론, 향후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인증서(REC) 판매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도 폐기물로 연료를 생산해 사용하므로 국가 사회적으로 큰 이득인데다 특히 폐자원으로 만든 연료로 생산된 에너지를 전력거래소에 판매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폐기물을 단순 매립 처리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재생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에너지화 시설을 건립해 다양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하지만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오염시설 설치는 있을 수 없다는 청림·제철동 등 인근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다.이들 주민들은 수 차례 포항시청을 방문해 환경오염 등의 이유를 들어 입지선정이 부당하다며 RDF사업의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천읍 주민들도 이 반대 운동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문제는 더 커져만 가는 모양새다. 얼마 전 청림동 자생단체들로 구성된 청림동RDF추진반대위원회는 이 사업의 결사반대를 위한 결의 및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주민의견을 무시하는 포항시의 일방적인 RDF사업 추진에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동안 청림동은 포항제철소의 공해와 비행기 소음, 호동매립장과 음폐수처리시설의 악취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아왔는데 또 다시 환경오염유발시설인 RDF시설까지 일방적으로 강행하며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운동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한편으로 보면 이 같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는 그동안 낙후된 이 지역에 대한 정치권과 포항시의 무관심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를 일이다. ‘잘살아보세’라며 폐까지 스스럼없이 내줬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환경오염으로 인한 고통을 넘어 그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온 차별, 재산권 침해 등도 이 지역 주민들의 인내심을 한계점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부끄러워 말하기조차 어려운 부분들도 부지기수다. 포항시와 정치인들의 무능을 말하지는 게 아니다. 그런 지역에 또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RDF시설이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자. 입장 바꿔 생각해 봐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주민들이 몇이나 될까. 지역 일각에서는 이들 주민들을 원망하는 세력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니라고, 내가 당해보지 않았다고 너무 싶게 그들이 탓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한 달,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그 지역에서 먹고 자고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함부로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절규를 술안주 삼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들을 나무라고 싶거든 차라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RDF사업 유치 서명운동이라도 벌인 다음 그들을 탓해야 할 것이다. 시는 지역주민들의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고 공감대 형성을 위해 관계기관들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질소산화물 및 다이옥신을 환원시켜 제거하는 설비인 촉매환원처리시설(SCR)을 추가하는 등 친환경 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을 이솝 우화속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이들 주민들이 얼마나 믿어줄지도 미지수다. 쌓아 놓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취임1주년을 맞는 이강덕 시장의 열정과 순수한 마음과는 별개의 문제다. 생존권의 문제인 것이다. 제철동의 경우 여름철이 다가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호동 쓰레기매립장과 인근 공장으로 인한 악취와 전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충으로 인한 피해는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 또한 가장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청림동은 OCI, 포스코캠텍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건강은 물론 엄청난 정신적,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해 오고 있다. 여기에 이들 인근 주민들은 RDF시설에서 나오게 되는 질소산화물과 다이옥신 등 다양한 공해물질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고통에 고통을 더하는 꼴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생존권 지키기에 다를 바 아니라는 사실을 포항시는 알아야 한다. 포항시민들이면 다 알고 있다. 청림동과 제철동, 남구 일부지역은 포항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라는 것을, 이 동네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내 같으면 1억원을 훌쩍 넘을 법한 아파트 한 채 가격이 국산승용차 한 대 가격과 비교되기도 한다. 아파트 한 채 팔아 외제 중고 승용차도 못산다는 푸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주민들을 탓하기 전에 지금까지 받아온 그들의 설움부터 씻어 줘야 한다. 그게 순서다. 그런 다음 그들과 상생을 논해야 한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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