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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르스 골든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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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르스 골든 타임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5.06.0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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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마른 기침, 고열, 발작, 뇌출혈, 그리고 결국 사망. 아무 것도 만져서도 또 누구도 만나서는 안된다. 단 한 번의 접촉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만다 …’2011년 가을을 달군 감염 재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의 사건 흐름이다. 최근 전국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불리는 ‘메르스(MERS)’가 오버랩되며 그 영화가 떠오른다.메르스의 감염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치사율도 과거 사스나 신종플루보다 높다고 이미 알려졌건만 보건당국은 우왕좌왕했다. 초기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개미 한 마리 못 지나가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홍콩을 거쳐 중국 광둥성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며 허술한 환자 관리를 질타하자 그제서야 때늦은 대국민사과와 대책에 나섰다.4일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 수가 35명을 넘어서며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함에 따라 보건당국의 격리 관찰 대상자가 1300여 명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메르스 관련 사망자 3명 모두 보건당국의 방역망 밖에 빠져 있었다는 보도에 분노보다는 허탈할 뿐이다. 새로 추가된 환자 중에서는 3차 감염자가 확인됨에 따라 지역사회로의 확산 우려도 한층 커졌다. 보건당국은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갈팡질팡 대응으로 신뢰는 이미 땅바닥이다. 지난 2003년 중국발 사스 대응에도 한참 못미친 2009년 신종플루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발병 이후 확진 판정이 늦어지고 적절한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쳐 수 십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의 악몽이 메르스 괴담으로 둔갑해 SNS를 통해 번식하고 있다. 중국 춘추 시대의 사상가인 공자는 ‘정치는 신(信)’이라 했다.공자는 자공과의 문답에서 "정치는 백성들의 먹을 양식(食)을 넉넉히 하고, 국방력(兵)을 튼튼히 하면서 백성들이 신뢰를 주면 잘하는 정치"(足食 足兵 民信之矣, 論語 顔淵)라고 정의해 주었다. 꼭 버려야 한다면 우선 ‘병(兵)’을, 다음으로 ‘식(食)’이라고 했다. 백성의 신뢰(信)만 있으면 군사와 식량문제는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MB정권 초기의 광우병에 이어 아직도 소멸되지 않은 천안함·세월호 등등에 대한 괴담의 뿌리는 정권의 불신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메르스 확산 차단과 예방보다는 SNS 괴담부터 뿌리뽑겠다고 엄포를 놨다. 바이러스는 음지에서는 기생하지만 양지에 내놓으면 스스로 사멸한다. 음지의 습한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할 의무는 누구에게 있는가?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명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문형표 장관은 병원명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메르스는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해당 병원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것이다. 하지만 밀접 접촉자가 벌써 1300여 명이 넘는 등 통제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환자 접촉 병원과 지역 분포를 공개해 더 이상의 혼란과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정부가 정보를 통제할 수록 뿌리없는 괴담과 ‘카드라’가 또 다른 메르스의 얼굴로 우리를 불안케 할 것이다. '사스의 치사율은 10%, 메르스 40%, 에볼라 60%, 탄저균의 치사율은 80%'라는 말이 돌고 있다. 메르스의 사망률은 사스보다 4배 이상 높고 증상이 나타난 후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도 두 배 더 빠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숙주(박쥐)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데 혈액이나 체액 등 환자와의 직접 접촉으로만 전념된다. 당연히 전파력이 낮다. 메르스(숙주:낙타)는 환자가 자유로이 돌아다니면서 옮기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크다. 가장 두려운 게 사람이고 가장 멀리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인 것이다.14세기는 페스트, 20세기는 에이즈, 21세기는 에볼라(C형간염 에이즈)가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간다. 그리고 말라리아, 홍역, 이질, 사스, AI(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나고 있다. 70년대 후반 이래 새로 발견된 전염병만 30여종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10년 사이 렙토스피라증, 쓰쓰가무시병 등이 새로 나타났다. 이런 변종, 변이의 바이러스는 전쟁보다 더 파괴적이고 참혹하다. 일례로 스페인독감의 희생자만 2000만명이 넘는다.정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씻겨주고 더 이상 괴담이 번식하지 않도록 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제라도 메르스의 예측불가한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자세야 말로 "개미 한 마리 못 지나가게 하겠다"는 ‘웃지못할 괴담’을 만회하는 길이다.이런 판국에 손만 잘 씻으라고 하니 이게 도대체 대책인가, 미봉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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