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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메르스 공포와의 전쟁에서 패배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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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메르스 공포와의 전쟁에서 패배 할건가?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5.06.08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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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메르스로 인해 6명이 숨지고 환자가 87명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공포로 대한민국은 지금 신음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2위 발병국이란 오명을 안게 되면서 의료선진국의 칭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보건당국과 유럽질병통제센터(ECDC) 등에 따르면 메르스 발병 건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02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이 한국(87명)으로 아랍에미리트(76명)의 환자 숫자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메르스 공포로 지난 주말인 6일과 7일 평소 같으면 아이들의 손을 잡은 부부들과 연인들로 북적이던 전국의 놀이공원과 유원지는 개점휴업 상태였고, 심지어 도심 주변의 산에도 행락객의 인파가 눈에 띠게 줄었다. 주말 국립공원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과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있는 강원 동해안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 또한 눈에 띠게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며 세월호 사건이후 모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줄줄이 취소됐다.메르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대한민국의 관광 1번지 설악권 지역의 콘도와 골프장 등에도 예약취소 사태가 잇따라 지역경기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또 전국 곳곳의 편의점에는 마스크가 동이 낫고, 평소 유커(중국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서울시내 중심가 거리와 상점에는 사람이 없어 텅 빈 모습을 보기기도 했다.민간 단체들의 각종 이벤트와 공연은 물론이고 중앙 정부 및 지자체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이 정부에 대한 불신· 불만과 겹쳐 각종 괴담으로 재생산되고 번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심지어 잠시 외국으로 피해 있어야 하나, 차라리 이민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정부에 있다. 의료 선진국을 자처하면서도 중국보다 못한, 부실하기 짝이 없는 초기 대응,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한 태도가 화(禍)를 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선 정부만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내의 메르스는 변종이 아니어서 특별히 전파력이 강력한 것도 아니고,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위험성을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지만, 기초 위생수칙면 제대로 지킨다면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각종 괴담과 음모설에 빠르게 퍼지며 불안감을 키웠고, 공포를 느낀 강남 일부지역 학부모들이 휴교를 요청하는 민원을 대거 제기했다.특히 '대치동에 사는 자가격리 의심 환자가 골프장에 갔다'는 사실이 급속도로 퍼진 게 결정적이었다. 보건당국은 대치동에 확진 환자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공포와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현충일인 6일 대전 현충원을 찾은 참배객들도 대폭 줄었다. 대전현충원에 따르면 이날 참배객은 5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8만3000여명에 비해 3만여명이 줄었다.경제계, 문화계, 스포츠계 행사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4~5일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개최하려던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를 연기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5일 용산사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사물인터넷(IoT) 설명회'를 전격 취소했다.서울 이태원, 성남 분당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던 가수 정기 공연와 김장훈의 공연이 취소됐고, 이은미의 수원 콘서트는 잠정 연기됐다. 10일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까지 마친 영화 '연평해전'도 개봉을 오는 24일로 연기했고, 10일 개막 예정이던 '수원컵 17세 이하 국제청소년축구대회'는 두 달가량 밀렸다고 한다.메르스로 인한 경제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피해 규모를 모두 정확하게 추산하긴 어렵지만 외국인 관광객과 백화점 매출 감소, 극장 관람객 감소 등 눈에 보이는 수치만 해도 상당하다.메르스 여파로 한국 여행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2만 여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4일까지 한국방문을 예정했던 외국인 관광객 중 여행을 취소한 인원은 2만600명이다. 특히 이번 주말을 넘어서면서 여행 취소 외국인 관광객 수는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국내 소비심리도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유통업계, 패션업계의 피해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소비심리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 1일~4일 매출액(전국 점포)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8% 줄었다. 특히 수원, 평택 등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10% 가량 감소했다.게다가 한국이 메르스 발원지란 이미지가 덧씌워져 공산품 수출까지 타격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옆 사람이 기침만 해도 자리를 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주위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의 불신으로 커지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하지만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를 보완하는 게 급선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다만 시민들도 유언비어에 현혹돼 공포를 확산하기보다 정부의 예방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치사율은 40%에 이른다고 알려졌으나 과장된 수치라는 것이 의료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의료수준을 비교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을 감안하면 치사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유언비어에 동요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기보다 차분하게 보건당국의 지침을 따르고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또 폐쇄된 곳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되 N95(95%정도 분진을 거르는 기능)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 등의 기초위생도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치 한국사회가 메르스와의 진짜 전쟁 보다 공포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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