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허술한 탈북민 관리 매뉴얼...그나마 지켜지지도 않았다
상태바
허술한 탈북민 관리 매뉴얼...그나마 지켜지지도 않았다
  • 이재후 기자/ 김포 방만수기자
  • 승인 2020.07.27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북 추정 20대 방치상태서 사라져
성범죄 피의자로 경찰 조사 중에도
한달 동안 전화 연락 한 통도 안해
군 당국-경찰간 협조과정도 전무
월북 추정 탈북민 거주 아파트에 부착된 우편물 안내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월북 추정 탈북민 거주 아파트에 부착된 우편물 안내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24)는 중대한 성범죄 혐의를 받던 상황이었지만 담당 경찰관은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한 달 동안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브리핑에서 밝힌 사라진 탈북민 김씨에 대한 행적 등에 관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하차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의 마지막 행적의 자취는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 발견된 그의 가방이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 밑의 이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씨는 자취를 감추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A씨로부터 빌린 K3 차량을 운전해 강화군을 찾았다가 주거지인 김포로 돌아간 뒤 그날 저녁 택시를 타고 강화군으로 다시 향한 뒤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경찰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탈북민을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가∼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대부분의 탈북민이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다 등급의 경우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가·나 등급의 경우 경찰관의 이러한 확인 과정 횟수가 좀 더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탈북민 관리 매뉴얼이 허술한 것도 문제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김씨의 경우 다 등급에 속해 김포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 김씨와 전화나 대면 만남을 가져야 했지만, 그가 사라지기 직전 한 달 동안 담당 경찰관은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씨는 지난달 12일 주거지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달 21일 경찰 조사까지 받은 상황이어서 평소보다 엄밀한 관리가 요구되던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담당 경찰관은 김씨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이달 19일 오전 1시1분 김씨 지인 A씨로부터 “(김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강화군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선 같은 날 오전 9시 부랴부랴 김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씨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늑장 조사 아니냐는 지적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적을 추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과 경찰 사이에서도 어떠한 협조 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김씨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김씨의 월북 제보가 전혀 없었고 주거지도 분명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김씨 지인으로부터 김씨가 성범죄 피해자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과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각각 7월18일과 19일에 받은 뒤 20일 출국 금지하고 21일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해 현재 구인장이 발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찰 내 합동조사단을 편성하고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이나 월북 관련 제보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전국매일신문] 이재후기자
goodnews@jeonmae.co.kr
김포/ 방만수기자
bangms@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