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김연식 칼럼] 무소유와 풀소유
상태바
[김연식 칼럼] 무소유와 풀소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2.08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식 논설실장
김연식 논설실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왔다. 11일부터 나흘간 시작되는 설 연휴는 즐겁다기보다는 설 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설은 가족 간 모임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설을 전후해 매년 수천만 명이 이동하는 풍경도 올해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설 날 아침이면 선물을 교환하고 가까운 친인척에게 세배를 올리는 풍경도 올해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단 준 설명절의 변화이다. 물론 코로나 이후에는 어떻게 복원될지 모를 일이지만 이러한 개인중심의 문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한 상에 가득 차려 놓은 음식을 나눠 먹는 일도, 가족들이 모여 앉아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는 일도 변화의 가능성이 높은 우리 문화이다.

설이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설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삼국시대부터라는 말이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음력을 새해로 시작하는 중국에서 넘어 왔다는 말도 있지만 그 역시 정확하지는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 일부에서 음력설을 쇠는 것을 보면 아마도 중국에서 유래됐을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설이 되면 상놈 양반 할 것 없이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을 입은 채 상들에게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따뜻한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받는다. 평소 지배와 피지배, 지주와 소작농 등의 관계도 이날만큼은 계급과 계층을 떠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새로운 한해를 맞는 것이다. 이러한 풍속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풍속이 될 것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는 인류 역사상 엄연히 존재해 왔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채워주는 일도 역사를 함께 해 왔다. 특히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나눔의 봉사를 적극 실천해 왔다. 불교계에서는 무소유를 강조하며 무소유를 가르침의 덕목처럼 여겨왔다. 그래서 명절과 같이 특별한 날이면 봉사활동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을 연례행사로 치루고 있다. 나눈다는 것은 소유가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며, 넘쳐서 버려지는 것을 나누는 것도 아니다. 가진 것이 부족해도 이웃과 나누고 함께 정을 느끼는 훈훈함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스님은 무소유에 대해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만족할 줄 알면 비록 가직 것은 없더라도 부자나 다름없으며,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고 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적당히 살라는 가르침이다. 욕심을 내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채우고 나머지는 나눠주는 덕목을 말하는 것이다. 망적지적(忘適之適)이라는 말이 있다. 적당한 것을 잊고 사는 것이 가장 적당한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사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연하게 몸과 마음이 그렇게 따라간다. 망적지적의 의미처럼 무소유도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남산 타워가 보이는 서울 삼청동 자택을 방송에 공개해 풀(full)소유 논란을 빚은 혜민스님이 승려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 결국 ‘삶을 크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전국을 투어하며 강의와 TV출연 등으로 돈을 벌어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었지만 사회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바로 무소유의 실천을 바라는 스님에 대한 기대감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국세청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종교인 상위 10% 연봉은 5255만원이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종업원 100명~299명 기업의 1인당 평균연봉이 4628만원이니 종교인 상위 10%의 연봉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노동자 소득수준을 5단계로 구분하면 상위 20%인 5분위는 8665만원, 4분위(상위20~40%)는 4652만원이다. 2분위의 평균연봉은 2580만원, 하위 20%인 1분위의 평균연봉은 1926만원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전국의 종교인 9만2000여명의 연평균 소득을 신고 받은 결과 1인당 소득은 1854만원이다. 서울 남산이 보이는 집을 가진 혜민스님의 소유는 얼마나 다른 종교인과 비교했을 때 많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무소유와 풀(full)소유의 개량적 수치를 논한다는 적절치 않다. 얼마나 많이 가져야 풀(full)소유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무소유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내려놓고 적당한 선에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중년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풀(full)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 정국으로 모처럼 긴 연휴를 맞이하는 올해 설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시간을 갖길 권장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