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부국원 등 근대 건축물 역사·변천사 '한눈에'
광교홍재도서관·경기남부청 로비서 순회전시중
수원 근대 인문기행
‘인문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경기 수원시가 총 4년의 시간에 걸쳐 근대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인문기행 코스 4개를 개발했다. 첫 번째 코스는 ‘신작로, 근대를 걷다’라는 제목의 인문기행 코스다. 총 3.9㎞의 코스로 화성행궁광장을 출발해 공방거리를 지나 팔달사,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수원 구 부국원, 구 수원시청사, 구 수원문화원, 수원향교, 수원시민회관, 매산초등학교, 인쇄소 골목을 거쳐 수원역과 인근에 남아 있는 급수탑에서 마무리한다. 4개 인문기행 코스는 내달 14일까지 광교홍재도서관 1층 로비에서, 내달 15일부터 6월4일까지 경기남부경찰청 본관 3층 로비에서 권역별 문화자원과 공간을 소개하는 전시가 진행된다.
●공방거리~수원 구 부국원
차 없는 거리행사의 중심지인 공방거리는 ‘수원의 인사동’처럼 작고 아기자기한 공방들이 즐비하다. 수원화성의 독특한 구조물을 검은 돌에 새긴 건물 장식도 특별하다.
정조대왕이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준비할 때 물을 길어 사용했던 곳으로 전해지는 ‘한데우물’이 존재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던 우물은 2008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복원됐고, 현재 ‘도심 속 우물’이라는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주 배경인 집도 한데우물 맞은편 골목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남문로데오거리를 걷다 보면 전통사찰인 ‘팔달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어 길을 따라 내려오면 대한성공회 수원교회를 만날 수 있는데 브라이들(Bridle·부재열) 신부가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아 1908년 설립한 ‘성스데반성당’이다. 팔달산 비탈에 붉은 벽돌의 독특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수원 구 부국원~수원시민회관
향교로에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있는데 바로 ‘구 부국원’이다. 이 건물은 1923년 일본의 주식회사 부국원이 종자와 종묘 등을 판매하기 위한 본거지로 권업모범장과 함께 일제의 농업침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해방 후에는 관공서, 병원, 인쇄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며 세월의 풍파를 보여주는 다양한 흔적도 남았다. 구 부국원 건물은 2015년 철거의 위기에 처했으나 수원시가 매입해 근대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일제의 침략성을 알리고 다양한 교육과 전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수원역 방향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은 ‘구 수원시청사’다. 수직성과 수평성을 강조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은 1956년 7월26일 준공돼 수원시청사로 사용되다가 1987년부터 권선구청으로, 2007년 9월 이후부터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모퉁이 3층짜리 아담한 벽돌 건물은 일제강점기 금융지주회사였던 조선중앙무진회사 사옥으로 시작해 한국 전쟁 이후 수원시청 별관 등 다양한 용도로 바뀌다가 1980년대부터 1999년까지 수원문화원이 사용해 ‘구 수원문화원’으로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1789년 터를 잡은 ‘수원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인과 우리나라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과 인재 양성 공간인 명륜당으로 구성돼 있다. 더불어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제남시가 수원시와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2003년 수원시에 기증한 공자상도 볼 수 있다. 특히 대성전은 경기도 내 향교 대성전 중 가장 큰 규모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보물로 지정됐다.
팔달산 방향에는 1971년 건립된 ‘수원시민회관’이 나온다. 건물 양쪽에 부조와 모자이크 작품이 걸린 이곳에서 시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펼쳐졌다.
●매산초등학교~수원역 급수탑
1900년대 일어를 가르치던 일어화성학교가 일본인 소학교로 바뀌며 수원거류민립소학교가 됐고, 지금의 매산초 자리로 이전해 수원공립국민학교까지 수차례 이름이 변경됐으나 일본 패망과 함께 폐교됐다. 1945년 매산국민학교로 다시 태어난 수원 초등교육의 살아있는 역사다.
향교로 일대는 인쇄산업의 중심지였다. 인쇄소 골목은 1970~1980년대 수원시내 인쇄소의 절반가량이 모여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인쇄소 간판이 즐비한 골목을 따라 끝까지 가면 ‘수원역’이다. 수원역 광장에서 병점 방향으로 300여m 거리에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남아 있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급수탑은 국내에서 유일한 협궤선 증기기관차용 급수탑이며, 시멘트로 만들어진 급수탑은 광궤철도 급수탑이다. 2015년 시가 급수탑 주변에 녹지를 조성해 공원화했으며, 지난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했다.
시 관계자는 “수원의 근대를 품은 건축물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스토리를 따라 만들어진 인문기행 코스는 인문·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민에게 흥미로운 볼거리와 지식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수원/ 박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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