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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또 하나의 월동 준비 묵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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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또 하나의 월동 준비 묵나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0.13 1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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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경기도 남양주시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 대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우리 선조들은 채소가 없는 추운 겨울에 영양소를 보충하고 열량을 돋우려고 나물을 말려서 묵혀 두었다가 이듬해 먹었다. 이를 묵나물이라 한다. 특히 정월대보름에 이 묵나물과 함께 오곡밥을 해먹는데 햇볕에 말린 여러 가지 나물을 물에 잘 우려서 삶아 무쳐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절기를 놓치면 신선한 농산물을 구하기가 힘들다. 옛날에는 비닐하우스, 냉장고가 없어 더욱 그랬다. 긴 겨울 동안엔 신선 채소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묵나물은 겨울철 귀중한 식재료다.

나물은 가을에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시사철 준비해야 한다. 봄철에는 고사리, 고비, 다래순, 달맞이순, 망초대, 삼잎국화, 눈개승마, 쑥부쟁이, 방풍나물 등을 채취해 말려 두고, 여름철에는 취나물, 질경이, 부지갱이, 피마자잎(아주까리), 곤드레(고려엉겅퀴) 등을 채취해서 갈무리 해 둔다. 가을에는 가지말랭이, 호박오가리, 무말랭이, 도라지, 고구마줄기, 토란대, 무시래기, 유채, 고추잎 등을 썰어서 또는 그대로 말려 보관한다.

나물류는 말려 보관하면 효소작용과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 변질과 부패를 막아 준다. 햇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비타민D와 엽산이 생기고 비타민도 풍부해진다. 의당 수분함량은 적어지지만 단맛은 더 강해진다. 여기에 무기질, 식이섬유, 미네랄 등 영양분은 더 많아져 최고의 건강식품이 된다.

곤드레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피를 맑게 해주고 지혈작용을 도와준다. 또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된다. 고구마줄기는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예방에 좋고 알레르기성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달맞이순과 다래순은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아 항산화효과가 우수하고 위를 튼튼하게 해 소화가 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피마자는 말려서 먹는 것이 좋아 몸속 염증을 제거해 근육통·관절통 등 통증을 줄여주는 효능이 있으며 변비증상 개선에도 효과가 크다.

가지말랭이는 보라색을 내는 안토시안 색소가 많아 항암효과가 있고 눈의 피로도 줄여주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방풍나물은 비염 같은 호흡기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방풍나물속의 ‘쿠마린’이라는 성분은 혈액순환을 좋게 해 중풍을 예방한다. 호박오가리는 비타민C가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고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돼 변비증상 개선효과가 있다. 취나물은 칼륨과 비타민C·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무기질과 식이섬유의 유효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 좋다. 고사리는 칼륨이 풍부해 몸속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해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생선조림에 넣으면 비린 맛을 잡아준다.

묵나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요리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가정주부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식당에서 먹으면 맛있는데 직접 하면 질기거나 쓴맛이 나서 못 먹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요령만 알면 쉽다. 묵나물을 물에 3~4시간 충분히 불려주는 것이다. 다 불렸다면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치면서 다진 마늘과 파, 국간장을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둘러주면 된다. 여기에 나물의 종류에 따라 들깻가루, 참깨, 으깬 두부를 넣거나 간장 대신 된장으로 간을 하면 별미를 느낄 수 있다.

나물을 잘 생산하려면 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농촌과 산촌의 앞산과 뒷산을 잘 관리해 귀중한 나물이자 약초인 우리 자생식물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1200여종의 자생식물이 식용으로 가능하며 나물 또는 약초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토가 산이라는 점에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산에서 키우면 농약과 비료가 필요 없어 유기농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웰빙 나물을 체계적으로 생산해 국민건강향상에 기여하고, K나물비빔밥 등 식문화로 확산시켜 해외수출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보니 겨울이 멀지 않았다. 밤이 점점 깊어지고 서리가 내릴 것이다.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묵나물을 준비해야겠다. 이 또한 삶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경기도 남양주시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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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는 밥상 2021-10-15 02:17:43
묵나물에 된장 참기름 정말 고소하고 감찰나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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