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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보이스피싱,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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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보이스피싱,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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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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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살다보면 많은 뉴스를 접하게 되지만, 그게 내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세상 끔찍한 사건도, 세상 황당한 사건도, 매일 매일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분명 남의 일이다. 그런데 뉴스에서만 봤던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이른바 보이스피싱에 내가 속은 것이다. 혼자만 앓고 지내기에는 너무도 기가 막히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사고를 당하면 안 되겠기에 용기를 내서 글을 남기기로 했다. 사연은 이렇다.

그러니까 2년 전인 2019년 3월 15일에 일어난 얘기다. 오전 10시 53분 며느리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물었다. 아버님 바쁘세요? 며느리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울렸다. 핸드폰이 고장 나서 수리를 맡기는 바람에 현재 컴퓨터로 말씀을 드린다. 갑자기 부탁할 일이 생겨서 연락을 드리게 됐다. 어제 친구에게서 집 보증금을 받았는데 다시 입금하려고 했더니 은행 인증에 문제가 생겨서 오후 5시에나 해결이 된다고 한다.

아버님이 돈을 먼저 보내주시면 이따 오후 5시에 보내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얼마인지를 물었더니 6백만 원이란다. 지금 밖이라서 스마트폰으로는 3백만 원 밖에 보낼 수 없다고 했더니 계좌번호를 하나 보내며 이리로 보내주시면 된다고 한다. 친절하게 내 계좌번호도 남기란다. 오후에 보내준다며. 메신저 창에 내 손자 사진이 보인다. 분명히 며느리다. 한 줌의 의심도 없이 급하게 돈을 보냈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나. 은행에서 긴급전화가 왔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빨리 신고를 하라고 한다. 놀란 마음에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 메신저가 해킹을 당해서 친정아버지, 어머니에게도 똑같은 연락이 갔단다. 아차 싶었다. 은행에 신고를 하고 나니 또 메시지가 울린다 “아버님 죄송한데 한 번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이런 나쁜 놈들을 봤나. 기가 막혔다.

이틀 후 경찰서에서 피해 신고를 하고 은행에 피해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피해구제 신청을 하면 이체한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에 한해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피해 금액 비율에 맞춰 환급금액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체 즉시 인출을 하기 때문에 환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체 통장 역시 학생, 노숙자, 노인 등 영세하고 취약한 사람 명의로 만든 이른 바 대포통장이어서 배상청구도 쉽지 않단다.

필자는 다행히 은행에서 신속하게 지급정지 조치를 해 통장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금액 200만9101원을 확보했다. 3개월이 지난 후 피해액의 54%인 162만9천원을 환급받았다. 이런 상황도 극히 드물다고 한다. 경찰서에서 3개월 이상 다각도로 수사했지만 범인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해 수사를 진행 할 수 없다며 검찰청으로 송치했다. 수사 진행에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알려준다고 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경찰청에 신고 된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을 보면 2016년 1만7040건에서 2020년 3만1681건으로 4년 새 86%가량 늘었다. 피해액은 같은 기간 1468억 원에서 7000억원으로 4.8배가 증가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피해건수는 매일 평균 87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매일 19억2천만 원의 사기를 당한 셈이다.

처음에는 국세청, 검찰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현금지급기(ATM) 앞으로 유도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사전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SNS가 활성화되면서 필자처럼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피싱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가족, 지인 등을 사칭한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373억 원이다. 메신저피싱 피해의 경우 50대(43.3%)와 60대(42.5%)가 대부분이다.

보이스피싱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작은 사건이라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예방법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더 이상 남의 일도 아니고 개그 프로의 소재도 아니다. 언제든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처벌도 강화하고 예방책도 세워서 하루빨리 보이스피싱이 사라졌으면 한다. 정부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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