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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작금의 오미크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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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작금의 오미크론 사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3.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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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부의 방역패스 일시중단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시중 여론은 긍정과 우려의 두 목소리가 혼재하는 모양새다. 방역당국이 1일부터 ‘방역패스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도입 이후 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0시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1종과 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대규모 행사·모임·집회에 참여하려면 제출해야 했던 백신접종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방역패스가 중단됨에 따라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더 이상 음성확인서를 발급하지 않으며, 출입국 등의 목적으로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 경우 민간의료기관에서 음성확인 소견서를 받아야 한다.

방역패스 시행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다 보건소 인력의 업무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다.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 발급 업무에 상당수 인력이 매달려왔던 만큼 방역패스를 없애고 고위험군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 1일 시행 예정이었던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도 일단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런 조치에 나선 것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방역정책의 중심이 ‘고위험군·자율방역’으로 이동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역패스 효력 중지 소송에 따른 정책 혼선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한정된 보건소 자원을 고위험군의 검사와 확진자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중단할 필요성과 예방접종률이 향상돼서 방역패스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커진 상황을 고려했다”며 “법원 판결에 따라 지역적 혼란도 발생하고 정치권과 언론 등의 문제제기도 지속돼온 점을 고려해 방역패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방역당국은 격리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지금까지 확진자 동거인은 접종 완료자는 수동감시하고 미접종자는 7일간 자가격리 대상이었으나, 1일부터는 미접종자도 수동감시 대상이 된다. 자가격리 의무 없이 출근이나 등교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스스로 자율격리를 할 수도 있다. 또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해외 입국자에 한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극복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분분하다. 방역패스 폐지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8993명 증가해 이틀 연속 13만명 후반대를 기록했는데, 방역패스 폐지로 신규 확진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확진자수가 늘어나면 사망자나 위중증환자도 늘어난다.

실제로 오미크론 확산으로 위중증 환자 수는 보름 만에 200명대에서 700명대로 급증해 지난 1일 0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은 48.3%(2744개 중 1324개 사용)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역패스를 중단했다가 우리 의료제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위중증 환자가 발생이 증가하면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반면 방역패스 중단을 찬성하는 이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델타 변이 치명률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상황에서 방역패스는 오히려 집단 면역을 늦춰 ‘엔데믹(코로나19 종식)’을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방역패스 중단 조치가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지, 아니면 위중증환자의 증가로 의료체계의 대혼란이 빚어질지 앞으로 열흘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방역패스 재개 여지를 남겼다. 이번 조치는 잠정적인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앞으로 새로운 변이 발생, 백신 접종 상황 등에 따라 방역패스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정부 조치에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 커지고 있다. 현재 확진자 17만 명에서 이달 중순 최대 35만 명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정점을 찍기 전 해제에 아쉬움이 표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방역패스 중단이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접종자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개인도 경각심을 높여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때이다. 방역패스 중단으로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 수단 중 남은 사적 모임·영업시간 제한에 대해서도 완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의료 역량과 확진자 추이를 감안해 오직 방역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 방역패스 중단이 곧 코로나 종식이 아닌 만큼 국민도 자율방역 방침에 따라 개인 수칙 준수에 끝까지 소홀해선 안 되겠다.

정부는 이런 모든 기류를 종합해 국민 불안을 불식하면서도 안정적인 상황 관리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각자도생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의 방역 완화와 관계없이 불필요한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K방역 주역인 전문가들마저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번 방역해제 조치에 “그냥 다 같이 감염되라는 얘기”라는 의사들의 냉소가 잇따르는 이유를 정부는 돌아봐야 할 것이다. 오미크론 정점이 예상보다 빨리, 훨씬 강한 강도로 찾아오면 의료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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