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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마음의 벽에 걸어야 할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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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마음의 벽에 걸어야 할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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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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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미국 최초의 여성 사진기자(American photojournalist)였던 이브 아몰드(Eve Arnold, 1912~2012년)는 세계 각국의 저명한 여성들을 많이 찍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1951년부터 유명한 영화배우 마르린 몬로(Marilyn Monroe)에 관한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마르린 몬로와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2세, 미국의 급진파 흑인 해방운동가 맬컴 엑스(Malcolm X), 독일 출생의 미국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그리고 여배우 조안 크로포드(Joan Crawford) 등, 유명인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케네디 대통령 부인 재클린 여사(Jacqueline Kennedy), 존슨 대통령 부인 래디버드 여사(Lady Bird Johnson), 닉슨 대통령 부인 페트리아 라이언 여사(Patricia Ryan Nixon) 등, 미국 대통령 부인들의 초상화를 많이 찍었고, 2003년에는 대영제국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기도 했다. 뿐만아니다. 중국, 러시아, 남아프리카, 아프카니스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가난한 사람들, 나이든 노인들, 밑바닥 하층민들의 생생한 삶을 통해 인간 세상의 참모습을 소개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그런 그녀가 한 말 중에 가장 기억할만한 말은 “당신은 당신 마음의 벽에 무엇을 걸고 있는가?(What do you hang on the walls of your mind?)”라는 물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의 벽에 무엇을 걸어놓고 있느냐에 따라 각자의 삶이 달라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 생활에서 벽에 걸린 현판을 볼 때가 많다. 서울 4대문에는 흥인지문(興仁之門), 숭례문(崇禮門), 돈의문(敦義門), 숙정문(肅靖門)처럼 각각의 의미를 지닌 현판(懸板)이 걸려있다. 이런 현판들은 국가가 지향하는 정신을 담고 있는 현판들이다. 

또 학교 교실 벽에는 교훈이 걸려있고, 회사 벽에는 사훈이 걸려있고, 관청 벽에는 관훈(官訓)이 걸려있다. 역시 각각이 지향하는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현판들이다. 이처럼 오랜 옛날부터 사람은 자기 마음의 벽에 무엇을 걸어놓고 그 뜻을 되새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부차(夫差)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부친인 오왕(吳王) 합려(闔閭)가 죽으면서 아들인 부차(夫差)를 불러 “월왕(越王) 구천(勾踐)에게 아비의 원수를 갚아다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부차(夫差)는 복수의 맹세를 잊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자리를 버리고 딱딱한 가시덤불을 깔고 누웠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궁을 출입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부차야, 너는 월나라가 네 아버지를 죽인 일을 잊었느냐?”를 외치도록 했다. 부차는 그렇게 복수의 칼을 갈아 마침내 월왕 구천을 굴복시켰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이 있다. 부차(夫差)처럼 밤낮으로 맹세를 잊지 않고 외치면서 정신을 모아가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동서로 갈라지고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왔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모자라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갈기갈기 쪼개야 한단 말인가? 

오늘날 우리가 마음의 벽에 걸어놓고 밤낮으로 보고 외쳐야 할 정신적 현판은 무엇일까? 오랜 옛날 우리 조상들이 마음의 벽에 걸었던 현판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였다. 오늘날의 우리가 마음의 벽에 걸어야 할 현판은 그런 조상들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국민화합과 대동단결”이 아닐까? 새 정부는 군관민 모두에게 꼭 그런 마음의 현판을 걸어주면 좋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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