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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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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3.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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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혼밥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나홀로 식사를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혼밥족’은 말 그대로 ‘혼자 밥 먹는 무리[族]’라는 뜻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미 대세다. 네 가구 중 한 가구(27.1%)가 1인 가구라는 통계뿐 아니라 이들처럼 한집에 살아도 따로 사는 정서적 싱글족도 많다. ‘혼자 잘 사는 법’을 찾는 건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
혼자 사는 지인은 “요즘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라는 명칭은 1인 가구를 처량하고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려는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를 대변한다”고 했다. 정말 혼자 살면 외롭고 불행할까? 서울연구원의 1인 가구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51.2%) 등의 어려움을 지적했지만, 그럼에도 절반 가까이 혼자의 삶에 만족(48.2%)한다고 답했다. 불만족은 6.2%였다.
그는 또 “우리 사회 시스템은 1인 가구에 비우호적”이라고 했다. “싱글족이 세금도 더 많이 내는데 사회 시스템은 시대착오적이다. 한 예로 관공서들은 왜 그렇게 등기우편을 부치는지 모르겠다. 평일 낮시간에 집에서 어떻게 우편물을 받나. 아직도 사회 시스템은 엄마가 낮에 집을 지키는 시대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1인 가구 정책은 거의 없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부터 1인 가구 지원조례를 만든다고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 감도 못 잡는 실정이다. 1인 가구의 45% 이상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빈곤과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만 있을 뿐이다. 가족은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사회적으론 준비가 안 됐다는 얘기다.혼자서 밥 먹는 것이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혼밥’ 문화가 생긴 배경은 1인 가구 증가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노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삶을 산다'는 것이 노동인데, 일에는 밥이 필수다. 그래서 하루 세끼 먹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 다음에 한 벌의 옷과 집을 생각할 여유가 생겨난다. 먹는 것 다음에 철학과 인생, 문화가 얹혀지는 것과 같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이치다.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고서야 노동을 통한 삶을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밥은 유희가 된다. 먹는 것은 배고픔을 채우는 과정이지만, 사람들은 그 다음에 의미를 부여했다. 동물과 다른 원초적 본능의 탈피다. '평화와 노동'의 획득이다. 원시 인류나 현존 인류 모두에게 식사는 포만감과 더불어 평온함을 주었다. 평온함은 집단의 평화로 발전하고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인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노동의 연료인 '밥'이 되는 셈이다.
요리 콘서트, 먹방이 대세다. 혼자 먹게 된 사람들이 증가된 때문이다. 개인보다는 가족과 친구, 동료가 먼저이던 시절엔 달랐다. 학창시절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여럿이 함께 먹었지 혼자가 아니었다. 직장에서 한 끼 때울 때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군대에서는 고참 눈치 보느라 빨리는 먹었어도 혼자가 아니었다. 근엄하신 아버지와 가족들이 밥상머리에 둘러 앉아 집밥을 먹었고, 노가다들은 일을 마치면 범벅 된 땀을 문지르며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웬만해선 혼자 먹지 않았다. 적어도 외톨이는 아니었다. 먹고 살기 힘겨웠어도 살갑던 그 시절이 이야기다.
지금은 혼자 먹는 게 유행이 됐다. 이른바 '혼밥족'의 등장이다. 혼밥족은 원룸이나 고시원 등에서 혼자 밥을 먹고, 왕따를 당해 혼자 먹고, 시간이 부족한 취업 준비생들이 혼자 먹는 이들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충 끼니를 때우는 '도시부족'들이다. 이제는 싱글가구가 500만을 넘어서면서 혼밥족은 아웃사이더에서 주체로 성장해가고 있다. 식품과 외식업계가 아우성이다. 혼밥족을 겨냥한 제품 경쟁은 불꽃이 튈 정도다. 1인 세트 메뉴, 식사대용 식품, 1인 호텔패키지, 1인 고객 식권 발매기가 설치됐다. 오피스텔, 셰어하우스도 인기다. 1인 가구는 이제 '우아한 싱글 라이프'가 아니라 경제라는 개념으로 진화했다. 호불호라고 했었던가. 이런 열풍 이면에는 취업난, 불안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 등 생활비용 지출로 싱글이 된 혼밥족의 눈물밥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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