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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성공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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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성공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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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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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옛날에는 신랑 신부가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결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부모들이 혼인을 약속하면 신랑 신부는, 특히 신부는 신랑의 얼굴도 모른 채 시집을 가야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인권이 강조되면서 오늘날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결혼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옛일이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세상이 변했을까? 자기의 운명을 내다 볼 수 있는 한 최대한 내다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앞으로 닥칠 자기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인간대사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그런 대사(大事)의 주인공이 될 때 사전에 내다 볼 수 있는 한 최대한 내다 보고 싶어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예부터 점쟁이 혹은 사주쟁이들을 찾아 결혼 날짜를 받았던 이유는 바로 최대한 좋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오늘날은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런 미래를 점친다. 예를 들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주가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사전에 정확히 알기를 원한다. 주가의 등락을 제대로 예측해야만 주식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주식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주가지표이다. 주가지표란 종목별로 주가의 등락폭 및 등락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이다.

주식투자가들은 이런 주가지표와 주가지수를 참고하여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식의 등락여부를 사전에 예측하여 투자를 결정한다. 물론 투자자마다 그렇게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지만 이익보는 사람보다 손해보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이는 미래예측은 항상 성공률보다 실패율이 더 높다는 말이다. 

이렇게 성공률보다 실패율이 더 높은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미래 예측을 멈추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늘이 천부적으로 부여한 궁금증 때문이다. 수많은 예측 전문가들은 그런 본능적 궁금증을 역이용하여 투기를 조장한다. 이때 투자자들은 자기 궁금증에 함몰되어 이성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투자하는 바람에 돈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주식투자자들의 평균 손익확률은 70%는 손해를 보고 20%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10% 정도가 이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약 800만:1이라고 한다. 이런 확률은 소발에 쥐잡힐 확률보다 더 희귀한 확률이다. 그런데도 수십만 명이 매주 복권을 산다. 사람들은 왜 그런 불가능한 확률에 도전하는 것일까? 바로 일확천금이라는 간절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이비 종교의 신도는 포교활동을 하면서 우리 종교를 믿으면 500년 동안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 있다고 선전한단다.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그런 신앙을 믿을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이비 신앙을 믿고 온갖 것을 다 갖다 바치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이라고 한다. 교주의 말을 신(神)의 말로 믿도록 하는 그들의 요설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그 옛날 공룡은 사라졌어도 지구는 사라지지 않았듯이 인간은 종말을 고하고 사라져도 지구는 여전히 동식물을 키우며 변함없이 존속해 갈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 이전에 얼마든지 사라질 수 있는 공룡같은 생명체일 뿐이다.

오래전에 궁금하면 500원하고 손 내미는 코미디가 있었다. 천국이 궁금하다 하여 사이비 종교에 전 재산과 목숨까지도 바치는 사람들, 내일의 주가가 궁금하다 하여 엉터리 주식전문가에게 뭉칫돈을 갖다 바치는 사람들, 부동산으로 일확천금하는 소식을 듣고 배가 아파 부동산 전문가에게 전 재산을 맡기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없어지는 날은 과연 올까? 

단언컨대 그런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그런 사람들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인류 역사를 통해 사라진 적이 없었던 일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주팔자에 대한 궁금증, 주가에 대한 궁금증, 자기 인생에 대한 궁금증, 그런 궁금증을 못이겨 오늘도 자진하여 거금을 갖다 바치는 약하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인간이니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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