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관사 사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들의 관사는 없애는 게 옳다. 광역단체장이든 지방단체장이든 그 지역에 살기 때문에 굳이 관사를 둘 이유가 없다. 이미 시대적 대세이기도 하다. 관사(官舍)는 공무원에게 거처로 제공하기 위해 해당 기관의 예산으로 마련한 주택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사는 과거 왕정시대 중앙정부에서 지방 관리를 임명할 때 관청 옆에 마련해 주던 것에서 비롯되어, 대통령이 지방의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를 모두 임명하던 관선 시대의 유물이다. 그 당시에는 언제까지 근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자신의 주된 거주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타 지역에서 근무하여야 하였던 공직자들을 위해서는 필요한 시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단체장의 입후보 요건에서 공직선거법에 의해 후보등록일 기준으로 일정기간 상의 거주요건이 필요하고, 당선이 되더라도 지방자치법에 의해 임기 중에는 해당 자치단체 내에 주민등록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당연 퇴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사는 주민이 직접 투표로 지역주민중에서 단체장을 뽑는 민선시대 들어서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이 해당 선거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가 당선이 되면 관사에 들어갔던 것이다.
행전안전부에 의하면 민선 2기 때인 1998년 전국 자치단체장 관사는 광역·기초단체를 합해 173개나 되었다. 이후 관사 운영의 관행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특혜·호화 논란, 예산낭비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2010년 국정감사에서도 특혜 논란이 쏟아지자 행정안전부는 2011년 4월 폐지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사를 매각하거나 아니면 다른 용도로 전환하였지만 아직 광역단위의 자치단체에서는 관사를 운영하고 있다.
즉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보면 시장·도지사가 관사를 사용 중인 지자체는 7곳이다. 강원·경북·전북은 단독주택형 관사이며, 대구·충북·충남·전남 등은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로 쓰고 있다. 나머지 10개 시·도는 단체장이 관사 대신 본인 소유 집에서 출퇴근하거나, 단체장 부재로 비어 있다. 단체장의 관사를 운영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경우 매년 관사 유지관리 비용 뿐만 아니라, 단체장이 바뀔 경우 새로 입주할 단체장을 위한 보수·신축 비용에 세금이 투입되어 세금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된다.
사실 관사라는 게 권위주의의 잔재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여기에 더해 시대 변화를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택과 관청을 오가기에는 불편했던 과거 교통망에 대해 예우 등을 이유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구시대의 유물인가”, 아니면 “업무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존재인가”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중앙과 지방에 설치돼 있는 관사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사 폐지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도 폐지 권고안을 각 자치단체에 보냈다.
이런 탓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앞다투어 관사 폐지에 적극적이다. 관사란 외국의 사신과 사절 일행을 유숙시키거나 접대하기 위해 지은 건물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대다수 관사들이 외빈들을 위한 건물이라기 보다는 기관·단체장들의 숙소 등 사적 이용 공간으로 변질돼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최근들어 관사 사용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더해지면서 관사 폐지 여론이 더 거세졌다. 그럼에도 일부 광역단체장들은 관사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업무 추진의 효율성 차원이라고 하나 눈총이 따갑다. 관사는 권위주의의 잔재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자택과 관청을 오가기에는 불편했던 과거에는 관사 존재의 당위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지금은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과 교통망의 확충으로 자택과 관청 간 출퇴근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관사가 존재해야 하는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현 시대에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자신이 좋아해 고른 자리이기에 국가나 지자체 예산으로 주거비용을 마련해 주면 안 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권위주의를매서운 눈으로 늘 바라보고 있고 비효율적인 제도나 관습에 주저 없이 반기를 들고있지 않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해외 출장길 항공기 퍼스트클래스를 예약하지 말라고 한 것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전거를 타고 국회 의사당 구내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이제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진국형 예우’의 상징인 관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언제일까 손꼽아 본다.
외국의 경우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호화 관사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서민층이 많이 사는 곳에 살면서 출퇴근한단다. 지방 자치를 제대로 구현하려는 첫 걸음이 아닐까. 군사 정권 시절 왜곡된 호화 관사 문화를 이제는 우리도 청산할 때가 됐다. 아울러 대한민국 주요 인사들의 특별한 공관도 실용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특권 없는 사회, 우리 모두가 꿈꾸는 모습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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