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사랑 나눔 헌혈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사랑 나눔 헌혈
  • 정선/ 최재혁기자
  • 승인 2022.08.04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여러 헌혈자들의 고귀한 기부에도 불구하고 최근 혈액 수급에 있어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헌혈이 가능한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COVID19와 같은 신종감염병의 유행으로 인해 혈액제제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헌혈은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이 수혈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자유의사에 따라 자신의 혈액을 기증한다. 한 사람의 헌혈이 세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수혈은 다른 사람의 혈액을 환자의 혈관으로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우리 몸에서 혈액은 혈관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면서 말초조직과 중요한 장기를 거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노폐물을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수술 시의 출혈이나, 교통사고, 외상 등에 의해서 혈액 소실이 있는 경우 이를 보충하기 위해 수혈을 시행하며, 질병으로 인하여 혈액성분을 적절하게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혈액성분 보충을 위한 수혈을 시행하게 된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대체할 물질이 없다.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헌혈뿐이다. 혈액은 살아있는 세포다. 5일 이상 장기간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헌혈이 필요하다. ‘생명을 팔 수 없다.’는 인류 공통의 윤리에 기반하여 세계 각국은 혈액의 상업적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헌혈이 왜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 몸은 혈액 중 15%를 비상시를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다.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헌혈할 때 무균(無菌)처리된 1회용 기구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전혀 없다.

몇 년 전 ‘허삼관’이란 영화가 개봉됐다. 1950~6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낳은 정과 키운 정을 얼버무린 영화지만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강렬하게 떠오르는 것은 피를 돈을 주고 사고파는 매혈(買血)장면이다. 목숨을 담보로 피를 팔아 결혼도 하고 생활도 하는 당시 사람들의 힘든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원래 이 영화는 중국 작가 위화가 쓴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바탕으로 한다. 먹고살기 위해 피를 팔아 살았던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영화화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6·25전쟁을 겪으면서 수혈문제가 대두됐지만 체계적인 공급이 이뤄지기전 매혈이 피를 공급하는 비중 있는 수단이었다. 영화처럼 우리나라도 한때 매혈이 성행했었다. 이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매혈에서 피를 무상으로 기부하는 헌혈(獻血)운동으로 전환된 것은 1958년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원을 개원하면서다. 이때부터 자발적인 무상 헌혈운동을 본격화했고, 이후 1974년 매혈을 금지시켰으며, 헌혈 증서를 이용한 헌혈예치제도가 도입됐다. 1999년에는 매혈금지를 법제화하기에 이르렀다.

느닷없이 매혈을 거론한 것은 코로나 19와 고령화, 저출산으로 헌혈 참여가 줄어들면서 혈액부족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헌혈로 공급된 혈액은 주로 사고나 수술로 과다출혈을 한 환자들에게 수혈용으로 제공되지만 일부는 연구나 의약품으로 사용된다.지난 2021년 헌혈이 가능한 16~69세까지 우리나라 인구는 3924만1355명이다. 이 가운데 총 헌혈참여자는 260만4437명으로 헌혈 가능인구 대비 헌혈율은 6.64%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번 헌혈에 참여한 경우가 많아 실제 참여인원은 127만2178명으로 실제 국민헌혈율은 2.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최근 저출산, 고령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등과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헌혈의집 방문자가 크게 줄고 예정됐던 단체헌혈이 대폭 취소되어 헌혈이 급감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돌파했을 때부터 헌혈자가 급격히 줄었는데,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으면서 혈액보유량이 2.5일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적정 혈액보유량 5일분의 절반 수준까지 감소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액위기대응지침에 따라 비상대책상황반을 구성하고 복지부 및 지자체 등과 협조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군부대 등에도 적극적인 단체헌혈 참여를 요청하고, 헌혈 동참 호소 문자 발송, 다양한 헌혈 참여 이벤트, 지속적인 홍보활동 등을 실시하며 안정적인 혈액보유량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국민 여러분들과 공공기관, 각종 단체 등의 헌혈 참여로 혈액수급상황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보다 심각한 혈액 부족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오미크론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헌혈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혈액보유량이 심각한 수준까지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혈액수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하루 평균 5400명의 헌혈이 필요한데, 최근 한 달 간 헌혈자수는 일평균 4700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어, 헌혈량이 조금만 더 감소하면 의료기관에 혈액 공급이 제한되고 응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혈액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올해 1월 오미크론 대확산으로 혈액보유일수가 최근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몇 주 간 혈액공급이 제한되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요청한 혈액제제의 25%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미국적십자사는 국가 혈액수급 위기상황(National Blood Crisis)을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요청했다.

다행히 미국재향군인회(Veterans Administration) 등 여러 단체가 단체헌혈에 참여했고, 2월까지 60만 명의 미국 국민들이 헌혈에 참여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오미크론 확산으로 정상적인 혈액 공급시스템 마비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헌혈 참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도 접종일로부터 7일이 지나면 헌혈이 가능하며, 확진자의 경우에도 완치 후 4주가 경과하면 헌혈이 가능하다. 혈액관리본부는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받아 헌혈자분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혈액관리법을 개정하는 등 국민들의 헌혈 참여를 장려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헌혈자분들이 보다 쉽고 쾌적하게 헌혈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헌혈의집을 늘리고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전국의 헌혈의집은 정상운영하고 있으며, 헌혈 장소에 칸막이 설치, 주기적인 소독 등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헌혈은 내 가족과 우리 이웃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작지만 숭고한 실천이다. 혈액 부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헌혈에 적극 참여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학생, 군인 등 젊은 층 위주에서 벗어나 중장년층이 적극 참여할 수 있게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직장 단체헌혈을 권장하는 법률도 제정해 생애 첫 헌혈자를 위한 지원사업도 마련돼야 한다.

혈액의 적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혈액원과 의료기관을 아우르는 ‘혈액수급 정보관리시스템’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외국처럼 ‘헌혈이란 무엇인가’를 학창시절부터 인식하게 초·중·고 교과서에 게재할 필요가 있다. 헌혈은 지금 당장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혈액 제제 사용량을 보면 국민 10명 중 1명은 연1회 이상 수혈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의 가족, 나의 노후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헌혈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