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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5] “득표를 위한 ‘립서비스’로 치부된 대통령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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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5] “득표를 위한 ‘립서비스’로 치부된 대통령 공약”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3.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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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그의 발언은 대통령의 공약과 당 대표의 발언 등 이 모든 게 ‘표를 얻기 위한 쇼였다’고 커밍아웃한 셈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한 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김기현 대표도 작년에 같은 말을 했다. 당 최고위원이 그걸 뒤집었다. 나아가 “전라도에 대한 립서비스 아닌가”라는 물음에 “표 얻으려면 조상묘도 판다는게 정치인”이라고 화답했다. ‘친윤’의 핵심인 김 최고위원이 대통령과 당 대표의 발언을 ‘표를 얻기 위한 쇼’로 치부하고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추임새를 넣었다.

망언이 참담할 따름이다. 정치는 다 그렇고, 정치인은 다 그런가 묻고 싶다. 물론 그가 말한 ‘조상 묘까지 파는게 정치인’이라 정의된다면 그는 정치인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그를 가르켜 ‘정치인’이라 칭하면 모든 정치인이 함께 천박해질 것 같아 정치인이라고 부르려 해도 입이 열리지 않는다. 유명인들이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됐을 때 흔히 애용하는 말이 있다. “발언의 앞뒤를 잘라 본질을 왜곡했다”는 표현이 해명에 감초처럼 포함된다.

이 대목에서 앞뒤 자르지 않는 상황을 간추려 보자. 지난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득표수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그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찾아갔다. 전 목사는 극우 성향의 ‘콘크리트 태극기부대’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전 목사가 말했다. “이번에 우리가 김기현 장로를 사실 밀었잖느냐. 아니 세상에 우리한테 찬물을 끼얹은 게 뭐냐면, 5·18정신을 헌법에다 넣겠다?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 전라도는 영원히 (국민의힘 지지율이) 10%이다. 영원히 10%.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가 화답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이다.” 다시 전 목사가 물었다. “전라도에 대해서 립서비스 한다고 한 거지?” 그가 맞장구쳤다.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보수 여권의 전향 적 언행을 ‘득표를 위한 립서비스였다’라고 실토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했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7월에도 “3·1운동, 4·19 정신에 비춰서 5·18 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라며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 떠받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도 지난해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대통령의 공약과 당 대표의 발언 등 이 모든 게 ‘표를 얻기 위한 쇼였다’고 커밍아웃한 셈이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데 대해서도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마라”고 역정을 냈던 대통령실이다. 이번 사안은 ‘윤안연대’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하고, 수차례 강조해 온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약속을 부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국민화합이라는 대통령의 철학마저 부정한 망언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보여줬던 전향적인 태도가 선거용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그의 망언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는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요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적 민주성을 믿고자 하는 모든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이전에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그가 스스로 용단을 내리는 일이 우선인지도 모른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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