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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슬픔 것들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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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슬픔 것들의 감옥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3.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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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슬픔 것들의 감옥
                  - 김병해作

슬픈 것들은 항상 지름길로 온다
슬픈 것들은 장기투숙을 좋아한다
 
슬픈 것들은 빠르게 체세포 분열한다
슬픈 것들은 입도 없이 왁자하다
 
슬픈 것은 야간 통행금지가 없다
슬픈 것들은 슬퍼할 줄조차 모른다
 
아, 세상 모든 슬픈 것들 한데 모아
저들의 슬픔을 반성할 때까지
 
슬픈 감옥에 가두고 싶다
단지 기쁨의 열쇠로만 출구를 딸 수 있는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무엇일까. 
부모의 죽음, 형제를 잃는 것, 애인을 잃는 것, 친구를 잃는 것, 재산을 잃는 것일까. 
삶은 일정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므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가 없어 항상 불안하다. 

불안을 잊으려고 쉬지 않고 방법을 찾지만 없다. 
일상적으로 본다면 부모의 슬픔이 가장 크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며 자신의 본체이므로 슬프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차이점이 있으므로 정의하지 못한다. 
재산을 잃는 것이 가장 슬프다는 사람이 많은 현대의 문명 속에서 슬픔의 기준은 잴 수가 없다. 

슬픔은 기쁨 때문에 존재한다. 
기쁨이 없다면 슬픔도 없고 삶이 없다면 슬픔이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슬퍼하는 이유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고민하고 없는 것을 있게 하려는 욕심에 과도한 일을 벌이다가 좌절하면 더 슬프다. 

김병해 시인은 사람이 가진 모든 슬픔을 한 곳에 가둬두고 영영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고민한다. 
기쁠 사이도 없이 찾아오고, 한 번 오면 나가지 않는 슬픔, 옆으로 번져 세상 전체를 울게 하는 슬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슬픔, 모든 슬픔을 모아 감옥에 보내놓고 즐거움이 가득한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꿈이다. 
산다는 것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것이므로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수 없는 게 인간의 숙명이지 않은가. 

그러나 슬픔을 감옥에 보내자는 시인의 꿈은 가능하다. 
슬픔을 대비하여 기쁨을 줄이면 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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