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칼럼] ‘뱅크데믹’ 암운...금융 방파제 선제 구축을 
상태바
[칼럼] ‘뱅크데믹’ 암운...금융 방파제 선제 구축을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4.03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서 시작돼,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으로 시작된 은행 위기의 공포가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덮치며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도이체방크의 부도 가능성을 뜻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가 8.3% 넘게 치솟으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도이체방크 주가가 출렁인 데는 은행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도이체방크는 57억 유로(약 7조 9,700억 원)에 이르는 순익을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실적을 거뒀다. 유형 자본수익률(ROTE)이 마이너스였던 크레디트스위스(CS)와 달리 도이체방크(DB)는 7~8%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도 142%에 이르러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전격 인수되면서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가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인 코코본드의 지급 책임을 지지 않고 상각 처리하는 바람에 채권 22조 원이  휴지 조각이 되자, 코코본드 비중이 높은 도이체방크(DB)로 불신의 불똥이 튀었다. 헤지펀드들이 시장 불안 심리를 이용해 은행주 하락에 집중적으로 베팅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뱅크데믹(Bankdemic)’ 전염 가능성에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지난 3월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기준 국내 은행권 코코본드 발행 잔액은 금융지주 19조 5,000억 원과 은행 12조 원으로 모두 3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당장 영향은 적다지만 투자 심리가 불안해지는 경우 자본 확충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가뜩이나 한국 금융 시스템엔 지뢰밭이 널려 있는 상태다. 비(非)은행권을 중심으로 급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 우려는 갈수록 커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비(非)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 7,000억 원 규모로 2018년 말 94조 5,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에는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2022년 9월 말 8.2%까지 2배 이상 높아졌다. 분양이 안 돼 대출 회수가 지연되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도 115조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야말로 뇌관 중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749조 3,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이미 거대하게 부풀어 있다. 지난 3월 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전세보증금 포함 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가 2,925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과도한 가계부채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불 속 앞의 섶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3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 가구’가 1년 새 2배 늘어나 61만 5,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고위험 가구’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자산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즉, 소득의 4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해 부실 위험이 큰 가구를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은 가운데 고(高)DSR 차주의 대출잔액이 많고 취약 차주의 부담이 크다. 따라서 점진적인 DSR 규제 안착을 통해 ‘가계부채’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일련의 위기는 공포의 확대, 예측 불가능, 급속한 전파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염병과 흡사하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잠재된 위기가 현실로 봉착할지 알 수 없다. 지금 목도되는 국제 금융시장의 이변과 출렁거림이 부지불식간 쓰나미로 들이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금융 리스크(Risk) 전이’에 대비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이 과도한 불안에 휘둘리거나 휘말리지 않도록 위기 징후에 대한 빈틈없는 철저한 모니터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