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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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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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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3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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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봄은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계절이다. 현대과학에서 이야기 하는 봄은 대략 춘분(春分:3월 21일)에서 하지(夏至:6월21일)전까지의 기간이다. 온도로 볼 때 초봄은 일평균 기온이 5∼10℃, 본격적인 봄은 평균 10∼15℃, 늦봄은 평균 15∼20℃인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봄은 24절기 구분에 따라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2월4일)에서부터 봄비가 내려 모든 곡식들이 기름진다는 곡우(穀雨:4월20일∼5월5일)까지로 여섯 절기로 정의한다.

입춘에는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축(立春祝)을 붙이는 풍습이 있고, 오신반과 세생채(파·겨자·당귀의 어린싹)의 절식을 즐겼다. 겨울눈이 녹아 비가 되어 초목이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 한 해의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어 깜짝 놀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는 경칩(驚蟄)에는 보리싹의 상태를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에는 북쪽의 신에게 사한제(司寒祭)를 올렸고 농가에서는 춘경(春耕)을 하고 들나물을 먹었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에는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했다. 또 묏자리 고치기, 집수리, 과일나무 장가보내기 등을 하였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에는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마련하였고, 조기와 숭어를 즐겨 먹었다.

봄에는 겨우내 얼었던 시냇물이 녹고 잠들어 있었던 자연이 깊은 꿈속에서 깨어나면서 새 생명이 움튼다. 들과 산에 온갖 꽃들과 신록이 어우러지는 덕분에 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창작욕을 자극해 명작을 연출해 냈다. 신라 우리왕의 황조기를 비롯하여 고려시대의 정극인의 상춘곡 등 시와 고려가사가 전래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유득공의 ‘봄이 온 서울에 노닐다.’의 기행문, 현대 피천득의 ‘봄’, 이양하의 ‘신록예찬’ 등의 수필, 김광균의 ‘봄’, 조병화의 ‘해마다 봄이 되면’ 등 애송시도 많다.

또한 봄은 춥고 모질던 겨울이 끝나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저항예술의 소재로도 많아 쓰였다. 일제 강점기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등 많은 시인들이 일제에 저항하는 시를 남겼다. 특히 독립을 빗댄 이상화의 시가 단연 압권이다. 구 소련의 치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체코의 ‘프라하의 봄’ 등이 그것이다.

의식과 제례에서 시작된 민중의 음악까지 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잉태하였다. 고려시대의 ‘동동’, 조선시대의 ‘농가월령가’같은 절기에 맞춘 노래부터 가곡‘봄처녀’, ‘고향의 봄’까지 우리만의 노래도 풍부하다. 지금도 봄이면 젊은이들은 버스커버스커의 ‘벗꽃엔딩’, 로이킴의 ‘봄봄봄’을 듣는다.

봄의 전령(傳令)하면 가장 손꼽는 것이 봄나물이다. 달래, 냉이, 씀바귀, 원추리, 곤드레, 참취, 곰취, 참나물, 방풍나물 등 생각만 해도 입맛이 돈다. 달래는 입맛을 돋우어 줄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준다. 냉이는 봄나물 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고 칼슘과 철분 등이 풍부해 봄철에 딱 맞는 나물이다. 쓴맛이 나는 씀바귀는 소화를 돕고 식욕을 돋우어 준다.

나물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봄의 선물로는 나무의 새순들을 꼽을 수 있다. 나물 중 봄철에만 맛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참두릅, 개두릅(엄나무순), 땅두릅(독활), 다래나무순, 오갈피, 홑잎나물(화살나무순), 참죽나무순 등의 독특한 순나물이다. 두릅나무순은 신장에 좋아 예로부터 오줌 누는 것이 힘들거나 잔뇨감이 있는 사람에게 약으로 쓰였다. 다래나무순은 향이 좋고 영양분도 풍부해 생채보다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오갈피나무의 새순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먹거나 장아찌를 담가두고 먹으면 별미다.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도 많다. 먹고 마시는 축제로는 당진 장고항 실치(뱅어)축제, 기장 멸치축제, 용대리 황태축제,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 보성다향대축제, 하동야생차문화축제 등이 있다. 눈을 즐겁게 하는 축제는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 진해군항제, 김천자두꽃축제, 조치원복사꽃축제, 제주유채꽃축제, 소백산철쭉제, 고려산진달래축제, 고창청보리밭 축제 등 잔치가 즐비하다. 날씨가 더워졌다. 이렇게 올해도 봄이 간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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