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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의 백색혁명 시설재배, 우리 농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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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의 백색혁명 시설재배, 우리 농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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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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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얼음이 어는 한겨울에도 싱싱한 채소가 흔하다. 농산물시장, 백화점, 마트 등 어느 곳을 가도 사시사철 제철을 잊은 채소와 과일이 넘쳐난다. 비닐하우스(비닐온실)로 대표되는 시설재배가 전국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비닐온실 재배면적은 2022년 기준 5만2,055ha로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차지한다. 국민 1인당 비닐온실 면적은 10㎡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1977년 쌀 자급자족시대를 열은 혁명을 ‘녹색혁명’이라 하고, 1980년대 전천후 농업의 문을 연 비닐온실원예농업은 ‘백색혁명’이라 부른다. 백색혁명은 새로운 시설재배용 신품종 개발과 시설재배기술 보급으로 농가의 비즈니스모델이 되었다. 또한 시설의 현대화와 자동화로 노동력은 절감되면서 농산물의 품질은 물론이거니와 생산성도 현격히 향상되었다.

우리나라의 비닐온실 시설규모나 재배기술은 과거에도 세계적 수준이었다. 역사도 증명하고 있다. 세종시대의 의관(醫官)이었던 전순의(全循義)가 저술한 ‘산가요록(山家要錄. 1459)’의 ‘동절양채(冬節養彩)’ 편에서는 겨울에 채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온실건축법이 수록돼있다. 흙담과 온돌, 기름 먹인 창호지를 이용해 온실을 만들고, 그 안에서 겨울에 채소를 길러 먹는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이는 1619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난로로 만든 온실보다 무려 160년 이상이나 앞선 것이다. 조선 후기까지 이 온실에서 농작물을 생산해 왕실에 진상했다고 한다.

현대 비닐온실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포항제철과 울산화학공단 준공으로 철제 파이프와 농업용 필름이 양산되면서 시설재배가 본격화됐다.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나무 비닐하우스를 시작으로 최근 30여 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1980년대는 식량 자급이 이뤄지고 급격한 경제성장과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신선채소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했다. 비닐온실이 대형화되면서 들판을 하얗게 물들였다. 이렇게 늘어난 비닐온실은 도시근교시설원예농업으로 발달했다. 그러면서 한여름에만 먹을 수 있었던 수박도 이른 봄이나 가을, 겨울에도 먹을 수 있게 됐다. 계절과 기후조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 비닐온실농업은 연중 신선한 작물생산이 가능토록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보온, 난방, 환기 기능은 물론 재해에도 안전한 비닐온실이 등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비닐온실 모델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 수출됨에 따라 우리 농업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비닐온실 다수확농법도 속속 개발됐다. 비닐멀칭은 지온을 상승시키고 수분을 유지시켜서 작물 발아를 쉽게 해주고, 옮겨 심은 작물 뿌리를 잘 내리게 해준다. 그 결과 고추는 45%, 봄무는 47%의 수량이 증가하였다. 딸기는 수량증가와 함께 조기수확의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도 과채류의 생산성과 토지활용도를 늘린 터널조숙재배기술도 확립했다. 터널조숙재배는 터널이란 간이시설을 이용해 생육 중기인 6월 중하순까지 보온하고 이후에는 노지재배와 같이 관리하는 방법이다.

2010년대는 고소득작물인 파프리카와 토마토 전용 비닐온실 모델에 이어 최적 생산성 구현을 위해 벤로형 고측고(6m) 연동비닐온실 모델을 개발해 대일본 파프리카 수출을 주도했다. 벤로형 온실은 유럽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발전한 연동식 온실로 기상재해에도 강하고, 고온기에도 고측고가 높아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수 있는 온실이다. 바나나, 망고 같은 아열대 과일도 온실에서 재배․생산된다. 이처럼 시설원예 산업은 기술과 자본이 집약적으로 투입돼 땅이 좁은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적합하여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면서 농업분야에도 재해에 잘 견디는 비닐온실 개발, 냉난방 에너지 절감과 수경재배 기술, ICT기술과 시설재배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이 고도화되고 있다. 세계가 미래농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리도 시설원예 선진국으로서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시설재배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좁은 땅이라는 한계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시설재배야 말로 우리 농업의 미래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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