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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노학자의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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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노학자의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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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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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핵(核)앞에, 인간은 성숙한가? 시든 꽃잎을 보다.

닮고 싶은 스승 강정채 선생님이 새벽에 ‘뜻’을 보내셨다. 잠을 이루지 못하셨나 보다. 비 오고 큰 물소리에 여러 생각 하셨으리라. 국립대 총장을 지낸 과학자(의학박사)다. 작은 뜰 있는 시냇가 담양의 그 집에 가본 적 있다. 

‘아름다운 여성’으로 기억되는 마리 퀴리(1867~1934)와 남편 피에르 퀴리, 부부는 함께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방사능을 방출하는 새 원소 라듐의 발견과 분리의 공로에 대한 평가였다. 당시 수상소감을 단상(斷想)과 함께 보내주었다.

"라듐은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자연의 비밀을 캐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또 그 비밀을 제대로 활용할 만큼 우리는 성숙한지?”

말하자면 ‘핵(核)물질’ 얘기다. 의사는 저 ‘위험’을 잘 아는 직업이다. 치유의 약(藥) 또는 수단은 동시에 파멸의 독(毒)이다. 약과 독을 같은 물질로 보는 것은 큰 통찰이다. 

개벽(開闢)하듯 늘 날뛰는 물질(과학기술)을 정신(영혼)이 따라잡지 못하면, 파멸이다. 소감은 이렇게 이어진다. “오히려 (우리는) 해로운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가?”

저 물음에 인간은 아무 답도 내지 못했다. 영혼까지 불어터지면 인간은 미처 손 볼 수도 없는 재생 불가의 지경이 된다. 스승은 비를 핑계 삼았지만, 누군들 편한 잠이 오랴,

손자 녀석을 떠올린다. 1년 반 저 이쁜 아기에게 이런 무도(無道)한 터전을 어찌 물려줄까? 

나는 못한다. 당신들은 어떤가? 영향 미미하니 먹어도 된다고? 정말? 걱정도 괴담(怪談)인가? 내게는 (일본 등의) 위정자들이 저 수상소감 중의 ‘범죄자’다. 

중국작가 임어당의 수필집이 생각났다. (영어)제목은 ‘The Use Of Life’(더 유스 오브 라이프)인데 번역본 제목은 ‘생활의 발견’이었다. ‘생활의 쓸모’로 읽어도 좋을 내용이었다.

사소한 생활 속 마음의 관조(觀照), 작가의 잔잔한 마음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상식의 승리’인 것이다. 

미시적(微視的) 차원까지 분업화된 전공(專攻) 학문, 전문가 세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긍(首肯·고개 끄덕임)의 기쁨, ‘전체로서의 세상’의 저런 모습은 이제 옛날 얘기인가?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그 폐기물을 바다에 (부어)버린다. 저 팩트(fact)를 전문가가 매만져, (세속 표현으로) 마사지하고 나니 결국 ‘미미(微微)한 영향’이 됐다. 영국의 전공박사 따라 우리 전공박사들도 마시겠다고 공언한다. 전공과 상식, 뭐가 더 쓸모 있지? 허나 본디는 같다.

부디, (인간인) 그대의 자식과 손주에게는 권하지 말라. 악마는 못 할 짓이 없나니.  

인간이기도 했던 과학자 퀴리 부부의 걱정을 다시 새겨본다. 상식의 관조는, ‘사람보다 영리하다’는 인공지능(AI)도 수긍할 것이다. “바보야, 인간을 봐라.”고 AI가 호통 치지 않을까? 

스승은 ‘번거롭게 했다.’며 새벽의 분노를 미안해 하셨다. 과거 어떤 큰 상황에선 (공적으로) 크게 화낸 적도 있었다지만, 우스개 능란한 늘 온화한 성품이다.    

“비오는 마당 앉았다 섰다 안절부절 못하다 몇 뿌리 심었던 달리아가 피워낸 꽃을 봅니다. 몇 개 가지와 꽃 사위는 양에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퀴리 부부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방관(傍觀)은 동조다. 분노에는 때가 있다. 꽃은 사윈다. 스승의 발견, 그 상식을 자문한다.

퀴리부인은 방사선 피폭으로 죽었다고 추정한다. 사인(死因)도 특정 못하는 죽음, 더 늘어난다. 저게 괴담 아닌가. 인간(의 과학)은, 대체 뭘 알지? 전공바보들 탱자타령일랑 그만두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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