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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용 취약계층 보호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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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용 취약계층 보호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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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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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와 서민 자금난이 어려워지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는 신용 취약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용카드 9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 4,903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 10월 1조 101억 원보다 무려 47.5% 증가한 수치다. 직전 달인 올 9월 1조 4,014억 원보다는 6.3% 뛰었다. 대환대출이란 카드빚을 못 갚고 연체한 사람이 카드사로부터 상환 자금을 다시 대출을 받아 카드론을 상환하는 ‘빚 돌려막기’를 말한다. 이 잔액이 증가했다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 상환 능력이 매우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빚 갚을 능력이 하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올 3분기 말 현재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연체율 역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진 1.67%에 달한다. 연체율이 2%를 넘어 위험수위에 접어든 카드사도 3곳이나 되고, 이중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한 카드사는 하나카드로 2.25%이며, 우리카드와 국민카드는 각각 2.1%와 2.02%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도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지난 11월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 원에 달했다. 1년 전 700조 6,000억 원과 비교해 6.2% 증가한 수치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도 117만 8,000명으로 같은 기간 3.2% 늘어 각각 역대 최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은 2분기 말 기준 13조 2,000억 원, 다중 채무자 연체율도 1년 전 0.75%보다 2배 이상 뛴 1.78%로 역시 역대 최대·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 1,800만 원으로 1년 사이 1,200만 원 늘었는데 이는 2020년 1분기 4억 3,000만 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고금리 한파가 덮치며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7%를 훌쩍 넘었다. 신용점수가 안 좋은 사람은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하거나 아예 신규 대출·연장을 거부당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2분기 말 대출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4.5%)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0.25% 포인트 높아지면 전체 이자는 1조 3,000억 원, 1인당 평균 이자는 연 73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1.0% 포인트 오르면 전체 이자는 5조 2,000억 원, 1인당 평균 이자는 291만 원이나 급증한다. 금융 당국은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금융권에 연말까지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말을 앞두고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이 신규 대출을 크게 줄이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급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신용 취약자들이 이용하던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액은 1년 전보다 66% 감소했다. 대형 대부업체 중엔 1년간 신규 신용 대출을 아예 중단한 곳도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묶여있는데 시중금리가 급격히 높아지자 대출을 해줄수록 손해가 난다며 신규 대출을 거의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도권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대부업체 이용자 120만명 중 80% 정도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문제는 불법 사금융 시장의 고질적이고 악랄한 범죄 폐해다. 불법 사금융은 제1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시중은행은 물론 카드,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6,784건에 달한다. 상반기 기준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2022년 5,03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올해는 상반기만 7,000건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범죄의 질도 매우 나빴다. 폭언, 협박은 물론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나체 사진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 일당은 기간 안에 돈을 갚지 않으면 사진을 가족, 지인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대출금을 빌미로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독촉 전화 정도는 이제 양반이고 상환이 조금만 늦으면 살인적 이자를 추가로 물려 빚의 굴레를 씌운다. 악랄한 불법 채권 추심과 함께 차주를 먹잇감으로 노예화·인질화 한다.

정부는 고금리 장기화로 취약계층 대상 경제범죄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특별 단속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며, 경제 상황에 그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단속 기간에 지인 연락처를 담보로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 3,600명에게 연 5,000%의 고리 대출을 하던 일당이 최근 적발된 것이나 30만 원을 빌렸다가 1년 만에 변제액이 1,000만 원까지 불어난 경우만 봐도 단속과 엄단만으로는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8.2%인 64조 9,000억 원을 차지했다. 2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자 중 ‘취약차주’ 비중은 6.4%로 집계됐다. 2020년 4분기 6.4%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중 채무자가 448만 명으로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이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는 서민 대상 정책금융 대폭 확대와 금융연체자 신용 회복 지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대출 상품의 문턱을 더 낮추고 지원 규모와 범위는 더 넓히는 실행력 있고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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