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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태극전사들의 정신력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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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태극전사들의 정신력은 위대했다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2.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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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쓰러질지언정 무릎을 꿇지 않는다. 월드컵에 오고 싶어도 못 온 선수, 운이 없어 오지 못한 선수도 많다. 그들의 꿈과 희망도 우리 대표팀이 가져가야 할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5년 제16회 호주 아시안컵에서 손흥민(토트넘) 선수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박지성 선수의 말이다.

그리고 9년 뒤 카타르에서 18회째 열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주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 태극전사의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사우디와의 경기 전 라커룸에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실수해도 동료들 형제들 가족들이 있어, 그거 믿고 가서 쟤네 조용히 시켜주자. 쟤네 4만 명, 5만 명? 오라 그래.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운동장 안이니깐. 들어가 부수자고!”

이들의 다짐은 극적인 역전승의 신호탄이 됐다. 16강에 이어 8강에서도 종료 직전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태극전사들은 후반 1분 사우디의 압둘라 라디프에게 실점했으나 후반 54분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연장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경기를 리드했으나 골은 터지지 않았고,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 흘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 사우디 관중들의 거센 함성과 야유는 경기 내내 쏟아졌고, 승부차기는 어느 순간보다 긴장감이 높았다.

하지만 1번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사우디 관중들의 거센 야유를 뚫고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이어 김영권과 조규성도 골을 성공시키며, 사우디 관중들의 야유를 잠재웠다.

우리의 수문장 조현우가 사우디의 세 번째와 네 번째 키커의 슛을 모두 막아내자 분위기는 반전됐고, 네 번째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슛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번 아시안컵 축구에서 한국은 경기시간 이후 추가시간에 동점 골을 넣어 일명 ‘좀비축구’라 별명까지 붙었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으로 후반전 추가시간에 득점하며, ‘좀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끈질긴 축구를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좀비 축구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잠을 자지 못해 좀비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사흘 후 ‘좀비 축구’는 재현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 이어 또 한 번 치른 호주와의 연장 결투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3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를 2-1로 격파했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 막판까지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캡틴’ 손흥민이 극적으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황희찬이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어 연장 전반전에 손흥민이 환상적인 직접 프리킥으로, 호주의 골망을 흔들어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분. 그것도 정규시간이 아니라 추가시간 종료 휘슬 3분을 남긴 시정에서 얻은 동점골은 어느 골보다 소중했다.

연이은 연장전 승부에 체력적인 열세를 딛고, 극적인 승리를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해외의 반응이 뜨거웠지만, 호주와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직접 결승골까지 기록한 ‘주장’ 손흥민에게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AP통신은 “손흥민의 마술이 한국을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 진출시켰다”고 했고, 영국 매체 BBC는 “한국은 탈락 위기였지만 사우디전에 승부차기 승리에 이어 호주전에서도 이겼다. 손흥민이 아시안컵 4강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매체 풋볼존은 “한국은 사투 속에서도 기어이 4강까지 전진을 이었다”며 “한국 축구 대표팀은 죽을 것 같은 위기에서도 살아남는 좀비 축구”라고 했고, 스포츠호치도 “한국이 기적의 4강 진출을 일궜다. 손흥민이 슈퍼 프리킥 골로 역전승을 만들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우리의 태극전사 설영우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흥민이 형이 경기 전에 골을 못 넣어도 된다.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질 거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아! 우리 절대 지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호주와의 8강전 당시 이미 페널티킥 1번 키커로 손흥민이 정해진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에 손흥민이 극적으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그래서 당연히 키커로 그가 나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벤치에서도 손흥민이 찰 것을 주문했으나 손흥민은 벤치의 지시를 외면하고 자신감을 보이는 황희찬에게 킥을 맡겼다. 황희찬에 대한 손흥민의 ‘믿음’과 ‘하나 된 마음’이었다.

호주전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된 손흥민은 한국이 경기마다 보여주는 ‘뒷심’에 대해 “팀의 능력”이라며 “(거듭된 극적인 승부가) 선수들의 ‘정신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기 되고 있다. 이런 경기로 인해 ‘믿음’이 더 강해진다”고 했다.

이어 “연장전 가면 대부분 지치곤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다 해주고 있다. 하나로 뭉쳐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도 했다. 믿음과 정신력으로 뭉친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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