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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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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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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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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시인·수필가 

울창한 나무와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져 살기 좋은 숲속에 꾀꼬리와 뻐꾸기와 까마귀가 살았다. 이들은 매일 자기가 형이라고 우기면서 싸웠다. 어느 날 목소리 곱기로 소문난 꾀꼬리가 제안을 했다. 우리가 서로 형이라고 매일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셋이 노래를 불러 노래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형 노릇을 하자고 했다. 그 소리를 들은 노래 잘하는 뻐꾸기는 박수를 치며 찬성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까마귀는 노래를 워낙 못 불러 자신이 없었지만 둘이서 우겨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노래 시합을 하기로 약속했다. 노래의 심사는 이웃 마을 부엉이에게 맡기기로 하고 노래 시합은 내일 정오에 부엉이네 집에서 하기로 굳게 약속을 하고 셋은 헤어졌다. 

까마귀는 자기 자신이 꾀꼬리와 뻐꾸기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낙심하며 집으로 가던 중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 혼자 고민에 빠졌다. 마침 바위 위에는 저녁 시간을 즐기려는 개구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까마귀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고민을 접고 배고픈 김에 개구리를 배부르게 잡아먹었다. 그리고 잡은 개구리 세 마리를 입에 물고 내일 노래 심사를 해줄 부엉이네 집으로 갔다. 부엉이 아저씨, 제가 맛있는 개구리 요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 저녁때인지라 배가 고팠던 부엉이는 아주 맛있게 개구리 세 마리를 먹었다. 배가 부른 부엉이는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까마귀야! 맛있게 잘 먹었구나. 그런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까마귀야! 네가 숲속에 살면서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에게 무슨 일이든지 말해 보아라. 내가 다 들어주마. 까마귀는 뛸 듯이 기쁜 마음을 감추고 오늘 꾀꼬리와 뻐꾸기하고 약속한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다음 날 12시, 셋이 부엉이네 집에 모였다. 먼저 꾀꼬리가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부엉이는 꾀꼬리의 노래를 다 들은 후 점잖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꾀꼬리야! 참 노래를 잘 부르는구나. 음정, 박자 다 정확하게 잘 불렀는데 한 가지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좀 더 연습을 해야 되겠구나. 다음은 뻐꾸기가 노래를 불렀다. 뻐꾸기 역시 구성진 목소리를 한껏 뽐내며 노래를 아주 멋지게 불렀다. 노래를 들은 부엉이는 역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뻐꾹아! 너 역시 참으로 노래를 잘 불렀다. 그런데 왠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구나. 조금만 연습을 더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까마귀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부엉이는 시끄럽다는 듯 상을 찡그리며 노래를 다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 까마귀야! 너는 어쩌면 그렇게 노래를 못 부르느냐. 그런데 너는 노래 부르는 표정이 너무나 훌륭하구나. 그래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구나. 비록 노래는 못 불렀지만 효과 면에서 제일 높기 때문에 까마귀가 일등이다. 

숲속 마을에서는 이날부터 꾀꼬리와 뻐꾸기를 제치고 까마귀가 형님이 되었다. 대장이 된 것이다. 

세상살이는 참으로 묘하다. 바르고 정직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그 장벽을 헤쳐 나가는 수단이 곧 까마귀의 지혜가 된 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다. 

우리 사회는 법과 양심이 움직여야 하지만 로비(금품, 혈연·지연·학연 등의 빽,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한다는 저돌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고 그 다음은 누린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승진인사도 로비가 좌우하고 있다. 로비하여 승진했지만 로비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유부녀가 외도를 했을 경우 외도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해봐야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 판검사 등 전직 고위관료는 현관과 합작하여 전관예우라는 ‘허가 난 부패(?)’를 죄의식 없이 저지르고 있다. 결국 지위가 높은 것이 부끄러운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병연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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