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군 석곡면에서 매년 열리는 '면민의 날' 행사가 66년 만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석곡 초등학교장이 운동장 사용을 거부하면서 주민들은 깊은 실망과 안타까움을 표명하고 있다.
'면민의 날' 행사는 주민들이 모여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전통적인 행사로, 올해는 제56회를 맞이할 예정이었다. 석곡 초등학교 운동장은 그동안 행사의 주요 장소로 활용되어 왔으며, 주민들에게 친숙한 장소로 자리매김해왔다.
류인혁 석곡 청년회장은 “학교장이 전 청년회장들과의 사적 감정으로 운동장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명했다.
류 회장은 “석곡 초등학교 교장이 두 명의 전 청년회장에게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참여할 수 없다고 하자 보복으로 운동장 개방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석곡 초등학교는 면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마을 어르신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며, 31개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시가 행렬 전통이 이어지는 중요한 장소다.
또한 학교 운동장에는 그늘을 제공하는 30여 그루의 큰 나무와 정자, 벤치에 햇빛을 막아주는 지붕이 있어 어르신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114년 역사를 가진 석곡 초등학교에는 1946년 8월 15일에 세워진 해방 기념비도 있다. 이 기념비는 일제강점기의 고초를 이겨낸 선조들의 흔적이 담긴 중요한 유산으로, 면민의 날 행사 장소로 적합하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반면, 석곡 초등학교장은 운동장 사용 거부의 이유로 “대체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면민의 날 행사에서 음식 취사와 음주, 담배 피우는 행위가 예상되어 학생들의 교육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적 감정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라고 했다. 학교 운동장 개방 및 이용 수칙에 따르면 화기 사용과 음주, 음식물 취사는 금지돼 있다.
이에 대해 류 청년회장은 “학교에서 대체 장소로 제시한 대황강 운동장은 인조 잔디로 어르신들이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행사 중 취사 행위를 최소화하고, 주민들은 학교 내 금연을 상식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행사 중 흡연을 하지 않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흑돼지 소시지 만들기 체험, 도전 골든벨, 제기차기 등 교육적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석곡 월봉마을 이장이며 주민자치회장 박경환 씨는 "학교장이 공공시설인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초등학교는 단순한 개인의 장소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민들의 여론을 전하고 "학교장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통과 화합을 이어가기 위해 석곡 초등학교 운동장의 개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이 번복되어 66년간 이어온 '면민의 날' 행사가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소통과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곡성/ 김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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