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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년실업과 공무원 그리고 자식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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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년실업과 공무원 그리고 자식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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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6.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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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시인·수필가 

청년실업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상징해 주듯 가정 경제의 많은 부분을 희생시켜야만 가능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 4년 이상을 온전히 투자해야 졸업할 수가 있다. 투입되는 국가 예산도 만만치가 않다. 

문제는 그토록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고등교육을 마친 수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의 커다란 포부를 가지고 큰 꿈을 꾸어야 할 시기에 절망의 구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상실한 나라의 미래는 밝을 리가 없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직업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혼 포기나 저출산과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직업을 가지고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실업자의 처지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좀 과장하면 청년실업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까지 말할 수도 있다. 

돌아보면 대기업 취업경쟁률은 항상 수백 대 일이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왜 대기업만을 가려고 하느냐고 탓할 수도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철저한 갑을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이윤의 배분이 공정하지 못하니 사원들의 처우에서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 편중 현상은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대학 공시를 보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취업률이 50% 안팎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포함한 수치가 이렇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나와도 9급 공무원이나 순경 수준의 취업을 못하는 사람이 50% 이상이다. 어렵게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청소원도 지망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 젊은이가 늘어나고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결혼해도 대부분 아이를 한 명만 낳는다. 

자식 대학 졸업시켜 공무원으로 취업을 하면 돼지 잡아 잔치를 해야 될 지경이며, 두 명의 자식이 모두 공무원이 되었으면 자식농사 성공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취업하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청년들의 경우 서울대 학사과정을 나와도 대학원 진학자를 뺀 순수 취업률이 50%도 되지 않는다. IMF 외환위기는 수많은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다. 공무원의 주가를 상종가로 끌어올렸고 전국의 교대를 연고대 수준으로, 한국교원대를 서울대와 연고대의 중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970년대에는 순경 시험은 미달이었고 일반직 공무원 시험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순경이나 일반직 공무원이 되기도 매우 힘들다. 

공무원의 꽃이라는 사무관(5급 공무원)의 보수가 중견기업 수준이며 대기업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45세 정년이라던 대기업의 정년도 60세 정년이 의무화되고 무노조 경영을 하던 삼성마저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사무직까지 노조가 생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8년부터 최고의 인재들이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식 대학 졸업시켜 의사나 판검사가 된다면 너무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기업에 취업하면 최선이고 사무관(5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중견기업에 취업하면 차선이며 9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순경으로 취업해도 선망의 대상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병연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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