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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첨단 딥페이크 공포 서둘러 보완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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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첨단 딥페이크 공포 서둘러 보완책 마련해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9.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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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범죄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10명 중 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또한 10대가 10명 중 7명꼴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21∼2023년 경찰에 신고 된 허위영상물 사건 피해자 총 527명 중 325명(59.8%)이 10대였다. 20대(32.1%), 30대(5.3%), 40대(1.1%) 등 다른 연령대와 비교된다. 딥페이크 혐의로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10대 비중은 2021년 65.4%, 2022년 61.2%에서 2023년 75.8%로 증가추세다. 올해 1∼7월은 73.6%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이 급격히 증가하며, 디지털 성범죄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규정하며 관계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수사와 처벌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딥페이크 기술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탄생한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다른 영상이나 음성에 합성해 마치 실제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초기에는 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선거 등 정치적 목적에 이어 성적 목적을 위한 악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쉽게 접근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사건 가해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대전에서 첫 피해 신고에 이어 부산 10여 건, 경남 24건의 딥페이크 관련 사건이 접수됐다. 가해자 대부분은 남학생이다. 경남에서는 초등학교 1건, 중학교 23건, 고등학교 10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연령이 낮아져 우려가 크다. 이에 앞서 최근 한 대학을 시작으로 텔레그램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단체 대화방이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로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는 물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돼 충격이다.

청소년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딥페이크 영상물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청소년인 사례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으며,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단순한 장난'으로 인식되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어 이루어지는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에게는 일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으며,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처음 ‘딥페이크(Deepfake)’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한 사람의 얼굴이 다른 얼굴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마술처럼 신기하고 재미있게 여겼다.

이 기술은 영화, 오락,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예술분야에 창의적인 도구로 사용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얼굴 바꾸기의 영역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트라우마와 명예훼손을 일으키는 위험한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하여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 음성을 촬영한 영상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음란하게 편집·합성·가공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딥페이크 관련 범죄에 대한 입법과 처벌 강화를 논의하고 있지만, 그 동안 AI의 발전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왔는지 의문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그 활용 방식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대응이 그에 맞춰 신속하고 빠르게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딥페이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 콘텐츠 등 AI 발달이 가져오는 문제는 단순히 성적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거 시기에 허위 정보나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하는 딥페이크 영상이나 AI의 다양한 영상 역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의 선거에서 AI가 정치적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워터마크와 메타데이터를 통해 소라의 결과물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이 제거되거나 우회될 경우, 소라 역시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흐리는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존재한다.어쩌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축이 되었나. 먼저 딥페이크 제작이 쉬워지면서 청소년들이 범죄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 기술에 능한 10대들은 불과 5분이면 뚝딱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어낸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은 죄의식 없이 딥페이크 합성물을 유포하기도 한다.

실제 경찰에서 장난삼아 합성물을 제작했다고 말하는 피의자가 꽤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하는 사이 교육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선(先)예방보다 수사기관을 통한 후(後)처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다고 수사가 쉬운 것도 아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허위영상물 범죄 검거율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떴다방’식으로 운영하는 대화방은 수사가 힘들다고 한다. 보다 과학수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안정이 최우선이다. 심리 치료 등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AI 기술의 발전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철학적·윤리적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법적·정치적 대응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유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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