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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제천 의림지에서 만난 낙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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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제천 의림지에서 만난 낙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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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1.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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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11월 2일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을 닷새 앞둔 날. 여느 때와는 달리 울긋불긋 곱게 차려입은 수원목양교회 210명의 성도가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충청북도 제천 의림지(義林池)로 야유회를 떠났다.

제천 의림지(義林池)는 김제 벽골제(碧骨堤), 밀양 수산제(守山堤)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 저수지다. 현재도 이 저수지의 물은 농업용수로 이용된다. 저수지 조성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구전에는 신라 진흥왕(540~575) 때 우륵이 용두산(871m)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연못의 시초라고도 전해진다. 우륵이 가야금을 타던 우륵대(바위)와 우륵정이 있다.

그 후 700년이 지나 현감 박의림이 연못에 3층으로 돌을 쌓아 물이 새는 것을 막는 한편, 배수구 밑바닥 수문을 큰 돌로 여러 층으로 쌓아 저수지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또 조선 세조 때 정인지가 체찰사로 이곳에 왔다가 병력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공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저수지 둘레 1.8km, 만수면적 15만1,470㎡, 저수량 661만1,891㎥, 수심 8~13m의 대 수원지다. 약 2.87㎢의 농지에 물을 댄다.

의림지와 그 제방 숲인 제림(堤林)은 제천의 제1경이다. 2006년 국가 명승(名勝:제20호)으로 지정됐다. 의림지 주변에는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暎湖亭)’과 1948년 건립된 ‘경호루(鏡湖樓)’가 있다. 제방에는 수백 년을 자란 노송과 수양버들, 전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여기에 30m 높이의 자연폭포 ‘용추폭포’와 인공폭포(분수)가 어우러져 풍치를 더하며 산책하기에 좋다. 전통적인 경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주차장에 내리니 의림지를 둘러싼 산들은 단풍은 깊고 붉은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절정에 이르렀다. 의림지 주변에 조성된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버드나무는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을 가득 품고 있었다. 커다란 은행나무 잎은 한 잎 두 잎 떨어져 노란 푹신한 꽃길을 만들었다. 풍광이 환상적이다. 만추의 정취와 자연을 즐기려는 트레커의 발길이 주차장부터 산책길까지 장사진이다.

산책코스는 주차장에서 의림지와 솔밭공원을 지나 용두산 기슭에 있는 비룡담 저수지 둘레길을 돌아 솔밭공원으로 다시 내려오는 4km 구간으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산책하기 좋게 모든 구간이 데크로 조성돼 있다. 또 경사도가 낮아 휠체어와 유모차를 이용하는 어르신이나 아기도 편한 길이다. 저수지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에는 코발트 빛 물결이 살랑거렸다. 주변 산의 단풍과 어울려 장관을 이뤄 걷는 내내 상큼했다.

비룡담 저수지 둘레길 산책을 마친 일행 모두가 솔밭공원으로 모였다. 솔밭공원은 저수지 둑 아래에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공원이다. 이리저리 휘며 자란 독특한 소나무 공원으로, 숲속에 인공 물길을 만들어 물소리와 새소리를 정겹게 감상하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잔디마당을 비롯한 솔숲에 물길을 만들어 산책하도록 만든 최고의 힐링 장소이다. 솔숲 내 자연형 인공수로를 만들어 여름철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빼곡한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 햇볕은 맑고 시원한 청량감이 들면서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

드디어 보물찾기 시간이 돌아왔다. 소풍이나 야유회의 꽃은 보물찾기가 아니던가. 모두가 둘레길을 돌고 오는 동안 목사님과 전도사님이 솔밭공원 안에 눈치채지 못하도록 미리 보물쪽지를 숨겨두었다. 목사님의 호각 소리와 함께 보물찾기가 시작됐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며 순식간에 거미같이 흩어졌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돌도 들쳐 보고, 소나무에 난 구멍에 손을 넣어보기도 하고, 바위틈새와 나뭇가지 사이도 살펴보고, 쌓인 나뭇잎도 헤쳐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10분쯤 흘렀을까. “찾았다!”, “보물이다!” 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점심을 먹고 의림지에서 좀 떨어진 군용비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비행장은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에필로그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유명하다. 멤버들이 광활하게 펼쳐진 비행장 활주로를 달리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1975년 이후 훈련용 항공기 이착륙이 없었던 비행장이다. 비행장 부지가 16만여㎡로 넓은 데다 길이 1,180m, 폭 24m 활주로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다.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을 돕기 위해 닥터헬기나 산불 진화 헬기가 이따금 뜨고 내리는 활주로다. 현재는 활주로가 개방돼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길가에는 바람개비가 팔랑팔랑 날리고 있었다.

넓은 활주로에서 전 교인이 참여하는 도전 골든벨 퀴즈가 열렸다. 정답을 맞히고 틀리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 서로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손 한번 잡아 주고 어깨 한번 토닥여 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모두에게 골든 상으로 냉장고 수납 용기(반찬통)가 지급됐다. 그리고 ‘수원목양교회 2024 야유회’ 오픈채팅방에 올린 350점의 야유회의 이모저모 사진 가운데 코믹한 사진 20점을 선정해 커피 기프티콘을 시상하면서 야유회 행사는 끝났다.

이번 야유회는 가을을 보내며 대자연의 낭만을 만끽한 행복한 나들이였다. 고대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의림지에 와서 4km의 산책길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니 감회가 남달랐다. 역사책에서 배웠던 의림지에 와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잘 머물다 간다. 이제 2024년 가을도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야유회를 마치면서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또 한 해가 간다는 사실이 다시금 새롭게 다가오는데 그때마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둘러보게 되기 때문이다.

곱게 물든 단풍도 낙엽이 되어 떨어진 후에는 겨우내 이불이 되어 나무가 얼지 않게 보호한다. 우리 목양교회 성도들도 서로가 이불이 되어 세상의 한파를 이겨냈으면 한다. 오늘의 야유회처럼 예수님의 가르침 속에 모두가 행복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법. 우리 성도들의 사랑이 밖으로 널리 널리 퍼져 예수님의 사랑을 더 많이 세상에 전파했으면 좋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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