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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기업 수사방식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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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기업 수사방식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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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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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비리를 파헤쳐온 검찰이 19일 신동빈(61)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대거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횡령·배임·탈세 범죄를 적발하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큰 관심을 모은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규명에 실패했고, 제2 롯데월드 건설 과정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국내 최대 수사조직인 서울중앙지검 3개 부서의 최정예 검사 20여명을 투입해 4개월 동안 매달려온 수사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검찰 안팎에서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6월 10일 수사관 240여명을 투입해 총수 일가 집무실·자택, 본사 및 핵심 계열사 17곳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압수수색이었다. 최정예 인력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첨단범죄수사부·방위사업수사부 검사들로 수사팀이 꾸려졌다.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의 사정 표적이 된 롯데는 당혹스러워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탈세 등 각종 비리와 제2 롯데월드를 중심으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정조준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검찰은 사흘 뒤 계열사 10여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집무실 비밀금고에서 30억원의 현금다발과 비밀 장부도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비자금 '저수지'로 빠르게 접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신동빈 회장은 물론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 등 주요 인물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고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계열사 비리를 포착했으나 핵심인 오너 비자금 의혹은 끝내 실체를 찾지 못했다. 그룹 2인자로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인원 정책본부장이 8월 말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악재였다. 검찰은 총수 일가의 탈세, 계열사 급여 부당 수령, 일감 몰아주기와 계열사 편법 지원에 따른 배임 등의 혐의를 밝힌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제2 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을 파헤치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이 사안은 이명박 정부 유력 인사들의 비리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핫이슈'였다. 수사 초기엔 검찰도 의혹 규명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인허가 업무를 주도한 장경작(73)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에 대한 출국금지는 사전작업으로 읽혔다. 검찰은 7월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기준(70·구속기소) 전 롯데물산 사장을 소환해 관련 사안을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4개월여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총수 일가는 신영자(77)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유일하다. 계열사 사장급 중에는 롯데케미칼 소송 사기에 연루된 기준 전 사장만 구속됐다. 검찰은 이날 공식 브리핑이 아닌, 티타임 형식으로 롯데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대상의 위상과 수사 기간, 동원된 수사 인력 규모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수사 성과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착수하면서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뜻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수사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수사 착수의 적절한 타이밍과 비리의 실체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 없이는 수사 기간만 늘어질 뿐이다. 비자금 수사가 미진했던 것과 관련해 일본 기업 문화가 가미된 롯데 특유의 경영 스타일을 검찰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성과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그룹 전반을 바닥 훑듯이 뒤지는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비난을 불러왔다. 수사 환경 자체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검찰이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디지털 증거물 압수·분석에 피의자를 참관시켜야 하고, 압수수색 영장 발부 단계부터 영장실질심사까지 일일이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런 만큼 기존의 대기업 수사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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