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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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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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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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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진앙 주변 곳곳에서 '액상화' 현상이 부산대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액상화는 강한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올라 지반이 액체와 같은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지진 관측 사상 액상화 현상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 포항지진이 처음으로, 이 때문에 건물이 내려앉거나 기우뚱 쓰러지는 등 건물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정부 의뢰로 국내 활성단층 지도 제작 사업을 하는 부산대 손문 교수팀은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 곳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교수팀은 "17세기 우리나라에 큰 지진이 왔을 때 액상화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며 "하지만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교수팀은 "액상화가 발생하면 지표면 위 건물이 일시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가 된다"며 "기울어진 포항의 대성아파트처럼 많은 건물이 액상화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수팀은 최근 지진 현장을 점검하며 지진 발생 당시 진앙 주변 논밭에 '물이 부글부글 끓으며 솟아올랐다'는 주민 증언도 확보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이곳은 바싹 말라 있는 상태였다. 손 교수는 "활성단층 조사를 하다가 지진이 발생해, 연구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며 "액상화 현상이 나타난 지역에서 건물을 지을 때 기초를 땅속 깊숙한 암반에 고정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기상청은 신중한 태도로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액상화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진 시 생긴 압력으로 지하수가 분출한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확실한 방법은 시추 작업을 해서 지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퇴적층에는 보통 흙과 돌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데, 액상화가 일어나면 무거운 것부터 아래에 쌓인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물이 차오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지층 구조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기상청은 시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론은 한두 달 후에야 나온다고 한다. 기상청의 시추 작업이 완료되면 행정안전부가 자료 분석을 거쳐 최종 결론을 발표한다.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일단 너무 동요하지 말고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좋다. 관련 학계도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인 발표를 자제했으면 한다.


하지만 액상화 현상이 맞는다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현상은 매립지, 하천 주변 등 연약지반에서 비교적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지진이 난 포항도 연약지반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가능성이 큰 단층대에 걸쳐 있고, 연약지반도 많은 지역이라면 각별히 세심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학계에선 기초 공사를 지반 깊숙이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하지만 그런 정도로 안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계는 물론 시공 전 단계에서 내진 대비 조치가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다. 특히 1층에 벽면 없이 기둥만 세운 필로티 구조 건물은 이번 포항 지진에서 결정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주차장 확보의 이점과 특이한 외관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한 데다 설계 요건조차 지키지 않은 건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일단 지자체 차원에서 철저한 점검과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도 내진 설계와 시공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률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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