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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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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 사회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5.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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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칡(葛)과 등(藤)의 두 식물은 넝쿨과에 속한다. 이 두 식물은 서 있는 나무를 사이에 두고 서로 휘감아 올라간다.
 
하나는 좌측(左側)으로 감아 올라가고, 또 하나는 우측(右側)으로 감아 올라가기 때문에 이 두 식물이 같은 나무를 두고 서로 감아 올라가려고 하면 서로서로 방해가 되기 때문에 결국 올라가지 못하는 결과가 생기게 된다.
 
이 말은 어떠한 일이 몹시 까다롭게 얽혀서 풀기 어려운 형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심리학 용어로, 갈등(葛藤) 상태는 개인의 정서(情緖)나 동기(動機)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모순돼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으로,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갈등은 결국, 인간의 정신생활을 혼란하게 하고 내적 조화를 파괴하게 된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레빈은 개인의 욕구나 목표에 접근하려는 경향과 회피하려는 경향이 존재하고, 이 같은 접근 및 회피 경향의 충돌에 의해 갈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갈등은 또, 집단과 집단 간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낙인과 집단 사고가 이 같은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한다.

집단 간 갈등을 해결하려면 집단을 구분하는 경계가 임의적인 것임을 상기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람임을 주지시키는 것과 더불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해 상대 집단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요즘 한국 사회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Ⅳ)-사회문제와 사회통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약 10명 중 8명이 한국사회의 갈등이 심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갈등수준에 대해 ‘매우 심하다’ 8.5%, ‘대체로 심하다’ 71.8% 등 심하다는 의견이 무려 80.3%로 나타났다.

반면, ‘별로 심하지 않다’는 17.5%, ‘전혀 심하지 않다’는 응답은 0.8%에 불과했다. 0점(전혀 심각하지 않다)에서 4점(매우 심하다)으로 측정한 갈등점수는 2.89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에 전국의 만 19세 이상~75세 이하 남녀 3839명을 상대로 사회갈등에 대한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성별로는 남성이 1948명, 여성 1891명이며, 연령별로는 20대 이하 729명, 30대 731명, 40대 832명, 50대 813명, 60대 이상 734명 등이다.
 
조사 결과, 갈등 유형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갈등으로, 응답자의 85.2%가 ‘매우 심하다’(40.8%) 또는 ‘대체로 심하다’(44.4%)고 인식했다.
 
이 같은 진보와 보수 간 이념갈등은 2014년 80%에서 2016년 79.5%로 감소했다가 2017년 조사에서 85.2%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2016년 말부터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시위가 불붙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등 이념 갈등이 크게 표출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81.9%), 경영자와 노동자 간 갈등(81.7%),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간 갈등(79.8%)등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한 경제적 갈등에 대해 80% 안팎의 응답자가 ‘심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문화 갈등(49.9%),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 갈등(52.7%), 개별주의자와 환경보호주의자 간 갈등(62.9%), 고령자와 젊은이 간 세대갈등(58.1%), 지역 간 갈등(57.8%) 등은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념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것으로, 건전한 정치발전의 계기로 작동할 수 있지만, 우리 시회는 일상의 소소한 갈등들이 불필요하게 이념갈등으로 증폭됨으로써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2016년말 이후 정치적 혼란기를 지나오면서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노사관계와 빈부격차와 같은 경제적 갈등문제는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따르고,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커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영원이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과 제도적으로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집단 간의 갈등은 사소한 것에서도 발생하며, 갈등이 시작되면 자신의 집단을 기준으로 다른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갈등은 경쟁적인 모든 집단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과 손실만을 야기한다.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면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밝은 미래를 위해 상호 협력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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