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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움직이는 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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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움직이는 샤이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4.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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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이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가 동시에 보궐로 치러지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도 두 곳 모두 전직 시장이 성추행으로 자리를 떠나면서 발생한 일이라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특이한 형국이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여당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LH사건으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여당은 2017년부터 탄핵정국을 등에 업고 대선과 지선 총선 등을 내리 석권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야당은 탄핵 후폭풍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질 위기감이 돌 정도로 맥을 못 추는 병든 병아리와 같았다.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웠고 대한민국 정치사에 야당이 국민의 손에서 없어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 돌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불균형으로 여당은 오히려 독이 든 잔을 들게 되었다.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각종 법안의 단독처리와 청와대 참모진의 비위 등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권력이 있을 때 잘해야 하지만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참모진이 계속 발생했다.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여권에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진보에 몸담았던 인사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소외계층과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일을 해야 하는 진보 본연의 이념을 망각하고 오히려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은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하루아침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LH사건이 공정과 정의를 무너뜨리고 여권에 등을 돌린 계기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은 그동안 여권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최대로 분출됐을 뿐이다. 정의와 겸손함을 떠난 여권에 대한 분노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촛불정국과 탄핵정국에 지지를 보냈던 상당수 중도층 인사들이 등을 돌리면서 분노로 폭발한 것이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샤이(shy)들의 행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히지 않은 샤이들은 정국현황에 따라 많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중도 성향을 보이고 있는 등 진보나 보수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계층들이다. 이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샤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여론조사가 공표되기 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 후보가 우세했다. 샤이들이 보수층으로 결집하는 모양새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철회하는 국민들도 상당수 늘어났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30% 초반 대에 머무르면서 레임덕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결과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1년여 남았고 앞으로 남은 임기는 차기 대통령 선거와 대권주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철옹성 같았던 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약화되면 여권도 차기 권력재창출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중도층의 지지가 돌아서면 여나 야나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중도층의 표심은 무조건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정보와 정무적 감각 등이 둔갑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유권자가 후보자 못지않게 빠른 판단력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일시적 감언이설과 포퓰리즘 정책으로 표를 얻는 방법은 유권자들의 성숙도에 미치지 못한다. 얄팍한 언행으로 잠시 유권자의 눈을 속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스스로 망하는 길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여야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긴장을 해야 한다. 승자는 국민에게 더욱 겸손하고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반면 패자는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거울삼아 보다 정직하고 정의로운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승리에 취해 권력을 남발하거나 무책임한 행정을 펼친다면 그 자리도 오래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의 성향은 진보와 보수로 나눠져 있지만 진보 보수 만큼이나 중요한 계층이 바로 샤이 중도층이다. 2017년 5월 제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41.1%의 득표율을 보였다. 탄핵정국에서 얻은 득표는 기대보다 낮았다는 평가였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24.0%, 안철수 후보 21.4%, 유승민 후보 6.8%, 심상정 후보 6.2% 등이다.

여권은 이러한 표심을 보더라도 나머지 60%에 달하는 국민들을 안아줘야 하는 것이다. 41%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100%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선거가 끝난 당선자의 의무이고 역할이다. 이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들의 득표율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지만 당선자는 반드시 낙선자의 정책과 낙선자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마음도 안아줘야 한다. 통합과 화합의 손길을 펼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방정부에서부터 공정과 정의 화합과 통합의 정치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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