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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어머니 바다’에 독약 푼다-변태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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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어머니 바다’에 독약 푼다-변태의 일본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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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바다 海(해) 글자를 바라본다. 海 자(字)의 본디는 여자다. 여자 女자에 젖꼭지 점 두개 찍으면 어머니 모(母)다. 어머니는 언제나 머리에 비녀를 꽂는다. 그 모양이 늘 매(每)다. 물(氵 수)이 언제나(늘) 출렁거리는 풍경은 바다 海다.

3천5백 년 전 황하(黃河) 유역 갑골문에 그려진 인류학적 비유(比喩)다. 단순하면서 절실하고, 한편 심오(深奧)하다. 문자(文字 한자)의 기원과 변화, 구성 원리의 상징체계다.

옛 사람들이 사물(事物)을 어떤 모양으로 파악해 어찌 그렸는지, 이 대목이 문명의 시발(始發)이다. 피카소는 옆모습 여자 얼굴을 그려 인간의 속뜻을 표현했다. 그림글자는 뜻글자다.

갑골문(甲骨文)은 은(殷)으로도 불리는 동아시아 고대 왕조 상(商)나라의 유산(遺産)이다. 거북 배딱지 甲이나 소뼈 骨을 불로 지져 얻은 점괘를 그린 그림 같은 기호(文 글자)다.

흔히 ‘어머니 바다’라면서 프랑스어 ‘la mer’(라 메르)를 떠올린다. 여성형 정관사 la와 늘 함께 쓰이는 그 바다(mer)는 여성성(性)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우리 동양문명 새벽의 ‘바다 어머니’ 뜻은 여태 낯설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바다)들이는 그 이미지는 큰 ‘어머니’의 그림이다.

어머니의 바다, 그 바다에 ‘독약을 풀겠다’는 왜(倭)의 결심을 보면서 바다와 관련한 독한 비유를 떠올렸다. 피할 수 없는 분노 때문이다. 왜구(倭寇) 왜적(倭賊)할 때의 그 왜다. ‘일본’이라는 저 무리의 원래 이름이다.

핵발전소 사고 쓰레기를 버리겠다며 ‘과학적으로’ 또는 숫자로 설명한 내용은 제 백성들조차 못 믿는다며 ‘하지 말라’ 절규한다. 살펴보니 참 시답잖은 변명이다. 문명사적 인문학적 의미로 풀어보니 더 심각하다. 불편해도, 뜻은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제 어미 자궁에 쇠막대 질러 그걸로 독극물을 싸버리겠다는 저주스런 변태(變態)인 것이다.

저들 결심의 의미까지를 함께 보면, 결론은 인류의 공멸(共滅)이다. ‘너 죽고 나 죽자’의 솔루션이 말이 되는가. 인류멸망의 신호탄일까.

저 독극물은 ‘바다’라는 한 어머니의 품안에서 다른 순결한 겨레들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죽일 터다. 찬찬히 퍼지니, 시간과 공간 속으로 희석(稀釋)된다고 그 본질이 달라질 리 없다. 싸가지 전혀 못 갖춘 구(寇) 적(賊)의 무리들인 것이다.

이제까지처럼 나라를 부유하게 경영하는 것이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낡은 침략의 이념을 위한 노력이라면, 저 나라는 참 가난하고 시시하다. 진즉 알긴 했지만, 심하다. 다만 명분이라도,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뜻을 이마에 써 붙여야 ‘나라’다.

늙고 어리석은 치매(癡呆)의 정치가 저렇게 귀결되는 모양일세, 측은지심(惻隱之心)도 이제는 늦었을까? 일찍이 ‘동양평화론’이란 안중근 장군의 충고만 귀담아 들었어도 좀 나았을 것을.

저 나라 점점 가난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선순위는 ‘지구촌의 선량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거 아닌가, 그래야 작은 동정이나마 구걸할 수 있을 것이니. 일본에는 눈빛 밝은 청년도 없나. 왜 저런 노망(老妄)들을 바다에 던져버리지 않고 가만 놔두지?

저 섬나라의 운명을 바다(海)에서 걱정스레 바라본다. 그런데 저 독극물, 우리도 피할 수 없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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