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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거인의 어깨-손기정 “히틀러도 별것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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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거인의 어깨-손기정 “히틀러도 별것 아니더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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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신화(神話)였다. ‘김진호 세계양궁 제패’ 믿을 수 없었다. 그 신화 계속된다. 청년기자 시절 독일에서 국제전화로 들려오던 차범근의 ‘붐’은 여태 비현실적이다. 골프 박세리, 야구 박찬호를 이은 ‘세리키즈’ ‘찬호키즈’의 함성은 오늘도 이 행성을 들썩인다.

고(故) 손기정 선생에게서 ‘만나보니 히틀러도 만만하더라’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 “나는 세계 최고다. 저 친구는 잠시 권력자다” 이런 뜻이었다. 올림픽마라톤 우승자, 그의 일대기를 썼다. 그 후 황영조 이봉주 덕택에 겨레 모두 기뻤다.

어떤 자리에서의 얘기다. “박지성도 한 물 갔네 그려, 최고는 손흥민이지. 안 그래? 옛날에는 기껏 차범근 가지고 떠들고 그랬지...” 답답했다. 가슴 먹먹하던 그 순간들이 저렇게 ‘낭비’되는가. 김진호도, 박세리도, 박찬호도, 심지어 손기정마저도 ‘한 물 간 것’이냐? 아니다.

선배 넘어서는 것은 후배의 ‘의무’다. 오늘도 세계를 주름잡기 위하여 제 분야에서 분투하는 ‘젊거나 늙은, 청춘’들을 생각한다. 싸이가 ‘강남스타아알~’하며 세상 뒤집으니 BTS가 ‘빠다(버터)’ 발라 인류를 싱숭생숭하게 한다. ‘어쩌다 만난 당신’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겨레다.

잠시 잊었다. 짜잔하게 살지 말라고 역사는 증거한다. 중국 얘기만 나오면 광개토대왕 찾으며, 지가 얼마나 잘난 겨레인지 잊고 산다고? 시시한 얘기 아닌가.

안중근 장군은 30세에 ‘동양평화’ 깃발 세우고 당시 세계 최강 그룹 나라의 실세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총살했다. 장보고의 바다에서 충무공 이순신은 영원한 우리의 성웅(聖雄)이다.

잊었던 우리 역사를 캐서 새롭게 해석한 거대한 지성(知性)을 보라.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 그의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와 증보판(增補版) ‘조선상고문화사’(2007년 刊)로 사고(思考)의 새 틀을 잡을 것.

2006년에 나온 박기봉 역(譯) 비봉출판사의 책을 권한다. 한자 많은 국한문혼용(混用) 원문의 번역이 충실하고도 평이한 까닭이다.

그들 담화 중의 손흥민 덕에 ‘거인의 어깨’라는 말을 떠올린 것이다. 이 말은 아이작 뉴턴이 세상 떠돌던 말을 제 글에 인용해 중요한 이미지가 됐다. 그 어깨 위에서의 통찰(洞察)이 거세게 밀려오는 새 시대를 마련하는 방편일 터다. 진보나 개혁도 있고, 당연히 혁명도 필요하다.

가끔, 천년에 한번쯤 오는 개벽(開闢)도 있으리. 세상 새로 열리는 이 천지개벽, 잊거나 모르면 금방 쩨쩨해진다. 제 코앞만 바라보고 어찌 살 텐가? 코로나19 난리판의 정체로 본다. 세상천지는 전진하는데, 가만히 서 있자는 뜻은 망하자고 ‘뒤로 가자’는 퇴영(退嬰) 아니냐.

어쩌다 마르크스를 오해한 사이비 정략가들 때문에 겨레의 유장(悠長)한 발길이 잠시 허방에 빠졌다. 허나 5천년 역사에서 2백년은 겉거죽 표피(表皮)다. 깊고도 깊은, 심오(深奧)함을 나일강변 피라미드 꼭대기쯤에서 다시 상정(想定)하라. 좌표 수정이다. 단군 후손의 기개(氣槪)다.

차범근 있었으니 ‘대~한민국’ 함성과 박지성을 만났다. 그 어깨 딛고 손흥민이 깃발 날린다. 역사의 두께다. ‘늘 청춘’의 비책(祕策), 윤여정도 저렇게 청춘이더라. 수영 황선우가 박태환의 어깨 위에 섰다. 또 얼마나 기쁜가.

저 손기정 선생도 웃으시리. 휘둘리거나 흔들리지 말자, 청춘들아. 다시, 우리는 신화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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