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거울 -억지
- 홍성수 作
거울이 고장 났다
내가 보는 거울들은
모두 고장 난 것들뿐
뽀연 피부에 미소가 곱던
요리조리 비춰 봐도
우쭐하며 멋진 모습을
쭈글쭈글 저리 볼품없이
보이는 것은 저놈의
거울이 늙거나 고장 난 것이다
샤워실 거울은 더
회생 불가 상태
내가 본 모든 거울은 고장이 났다
[시인 이오장 시평]
비교하지 마라 더 초라해진다. 비춰보지 마라.
거짓말이 탄로 난다. 자랑하지 마라 본 모습을 들킨다.
사람인데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다.
큰 것은 크게 작은 것은 더 크게 자랑하고 없다는 사실은 감춰야 그게 사람다운 사람이다.
행동보다는 정신이 먼저인 사람의 삶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없는 것까지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무엇인들 못 하랴.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내린 정의다. 식물이 사람보다 더 진화하고 야생의 동물이 더 빠르다.
그러나 사람만이 그것을 모르고 자신들이 옳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은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직 진화가 끝나지 않은 동물이라고 한다.
지난 것은 모두 아름답고 크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의 욕심이 만든 이기적인 상상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모두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
홍성수 시인은 실로 호탕한 억지를 부린다.
하지만 재미있고 교훈적이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니 자신은 사라지고 어머니의 모습이 훤하게 보일 때가 있다.
늙었다는 표식이 사실로 나타나는 순간 세월의 빠름과 자신의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환장할 일이다.
이렇게 늙어버렸다니 어느새 내가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하다니 아니다 분명 거울이 고장 나서 그런 거지 내가 늙을 리가 있는가.
이렇게 젊고 탄탄하며 밖에 나가면 청춘이라고 하는데, 저건 진실한 거울이 아니라 요지경이 분명하다.
늙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끝까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만 분명 홍성수 시인은 다르다.
까짓것 내가 젊은데 그까짓 거울이 무어냐.
깨트리면 되지.
호기롭게 거울을 던져버리는 모습이 훤하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