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코로나19 첫 국내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우리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접어든 현재 '잔인하고 어두웠던 과거의 터널'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정용화 시인의 말처럼 '웅크리는 계절을 통과하고 나면/ 시리게 쏟아지는 빛으로/ 왈칵 눈이 부신 봄이다'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본다.
터널이라는 계절
- 정용화 作
그곳에 터널이 있었다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바람이 저지른 일을
계절이 이해하는 과정
가끔씩 터널이 몸을 뒤척인다
내 쓸쓸함과 너의 어둠이
조도를 맞추는 동안
눈빛은 이미 겨울 쪽으로 기운다
입구에 들어서면 캄캄하지만
그곳에도 빛이 있음을 알게 된다
비어있는 곳의 안쪽은 늘 어둡다
어둠의 힘으로 마냥 희미해지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도
잘못 걸려온 전화도
반송되어 돌아온 편지조차도
내게로 오는 것이면 무엇이든 반가웠다
주머니가 없는 옷 속에는
수없이 자라나는 촉수들
웅크리는 계절을 통과하고 나면
시리게 쏟아지는 빛으로
왈칵 눈이 부신 봄이다
헤어지는 방식으로
나는 비로소 당신에게 도착한다
[전국매일신문] 미디어팀/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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