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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독일에서 배우는 농촌을 살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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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독일에서 배우는 농촌을 살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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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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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독일은 전체국토면적 중 48%인 1700만ha가 농경지이다. 우리나라의 11배정도 되는 면적이다. 농가당 경지면적은 58ha이다. 농업인구는 전체인구의 2%정도인 170만 명에 불과하지만 국민의 60%가 농촌에 살고 있다. 농업총생산액은 전체 GDP의 1% 정도. 많이 재배되는 작물은 밀, 호밀, 호프, 감자, 사탕무, 근채류, 두류, 양배추, 포도 등 이다. 라인강 주변은 비옥해 포도재배가 활발하고 어느 농가에서나 가축을 사육하고 있어 쇠고기와 유제품은 완전 자급하고 있다.

“길을 잃고 산골로 들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풍경과 만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독일 농촌은 동화 속 풍경 같다. 1800년대 말 일찍이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마을미화(美化)운동'을 시작으로 1950년대 취락 개조를 추진한 덕택이다. 오랜 전통, 아름다운 문화경관을 볼 수 있도록 농가주택 외부는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다. ​

독일은 1955년 농업기본법을 제정해 경제정책보다 농업정책을 우위에 뒀는데, 앞서 1954년 환경과 인간우선 녹색계획(Green Plan)을 수립․시행했다. 이 정책 기조는 ‘돈 버는 농산업'이 아니라 도시보다 농촌이,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생활농촌을 지향하는 ‘농(農)'의 철학과 가치를 담고 있다.

독일 농부는 다른 나라와 다른 특이한 점이 많은데 먼저 65살이 되면 은퇴를 한다. 부모의 뒤를 이어 젊은 아들과 딸이 후계자로서 농업을 잇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농장을 무작정 받을 수도 없다. 농민이 되려면, 농업전문학교를 나와 수년간 현장 실습을 거친 뒤 국가시험을 통과해 농민자격증을 따야 한다.

독일의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지 않는다. 농촌에서 농민이 떠나면 문화․전통․미풍양속이 없어지고, 농업이 없어지면 자연환경보전이 어렵다는 신조 속에 정부는 농민들의 기본생계를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직불금 정책으로 농업 소득만큼 부족한 생활비를 보전해준다. 40살 이하 청년 농민에겐 기본 직불금의 25%만큼 더 증액해 5년간 추가 지급한다. 초지 관리, 환경보호와 자연경관 유지, 경사지, 자연조건이 불리한 지역에서 농사짓는 농가에겐 직불금이 추가된다. 독일의 농민 지원금은 균형 보조금 성격이다. 1차 산업인 농업과 타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산골에서 농사짓는 사람과 기계로 농사짓는 사람 사이의 소득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이다. 농민의 한 해 소득은 도시 근로자의 소득 수준과 비슷하다.

독일은 농업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농촌에 최소한 유지되어야 하는 ‘인구밀도'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 농업은 식량을 보장하고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 한다면서 농업보호를 국정의 모토로 삼는다.

독일 도심 곳곳엔 클라인가르텐(Kleine Garten)이 많다. 클라인가르텐은 독일에서 시작한 ‘농촌 활력 운동’으로 도심과 연결된 ‘작은 농장’이라는 뜻이다. 약 330㎡ 내외의 면적에 농막, 텃밭, 정원이 있는 농장을 말한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식량난에 빠지자 시민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땅을 보급하면서 시작된 농업 복지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독일 전역에 150만 개가 넘는 클라인가르텐을 500만 명이 넘는 도시민들이 휴식과 여가 활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시유지, 국유지, 휴경지에 클라인가르텐을 조성해 임대하고 있다. 약 300㎡ 규모의 작은 농장을 연간 우리 돈 40~50만 원 정도면 사용할 수 있다. 생산된 채소나 과일 등 농산물은 영리를 목적으로 판매할 수 없다. 전업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독일정부는 농민의 삶의 질을 돌보고, 농촌과 자연환경을 보호하는데 책무를 다한다. 여기에 국민들이 품고 있는 기본적인 농업․농촌의 신뢰와 연대가 농업선진국을 만들었다고 본다. 독일도 통일 후 동독에서는 집단농장 해체과정에서 일시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과감한 정부 지원에 대규모 농장이 갖는 경쟁력 등으로 서독지역보다 농업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독일을 교훈 삼아 고령화와 시장개방으로 힘들어 하는 우리 농촌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농업은 우리의 미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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