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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법률조항의 목적명시를 통한 사법기관의 자의적 해석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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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법률조항의 목적명시를 통한 사법기관의 자의적 해석 제한
  •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 승인 2022.04.1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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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권력의 투명성과 개방성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은 법 해석에 대한 자의적 판단에서 기인한다. 이는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정치사건이나 범죄사건에 대하여 모든 국민이 갖는 의문이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이 법률적 문제에 접할 때면 민·형사상의 모든 사건이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갖게 되는 자의성에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법률해석의 현실적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대법원은 민주주의 사법체계의 최고의 판단 기관이다. 대법원은 2심 고등법원의 판단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만을 내리고 있다. 법률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고 대법원 판례는 해당 법률이 적용되는 실재사건에 대한 적용기준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3심 제도를 채택한 이유는 공정한 재판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상고된 사건에 대해 판결 자체를 불허하는 심리불속행기각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2019년 기준으로 대법원에서 처리한 본안사건 중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비율이 76.7%에 이른다. 이는 사법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3심 제도의 근간을 흔든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 의문을 표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보완 수단으로 탄생한 것이 결국 헌법재판소인 셈이다.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의 재판에서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하급심의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지 못한 법률해석과 이를 판단하는 하급법원에게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의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환경과 조직문화의 폐쇄적 구조에 있다.

그것은 검찰과 경찰도 마찬가지다. 검찰 권력의 실체는 공소권에 있고 경찰의 권력은 수사권에 있다. 경찰 수사권의 독립으로 막강한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검찰의 권력은 아직도 막강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임의적인 사건수사종결에 대한 검찰의 견제도 필요한 것이고 특수한 경우의 검찰 수사권은 유지되어야 한다. 공수처와 헌법재판소의 존재는 우리 사법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공수처와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원과 검찰, 경찰이 본래의 사법기능이 작동하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최근 선거법 위반사건이 있었다. 1심에서 선거법 위반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판결 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1심과 2심 모두 판결근거로 동일한 사건의 경우가 없어 대법원판례를 제시하였는데 전혀 다른 상황의 검찰이 패소한 사건에서 사용된 문장만을 인용하여 판결하였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7줄에 불과한 간단한 기각 판결이 전부였다. 이는 대법원의 기본적인 의무인 대법원 판례가 없는 사건에 대하여 최소한의 법리적 해석을 내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책임도 망각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개별문자를 선거구내 동문에게 특정해 발송한 모 고등학교 총동문회장과 선거사무장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이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문자발송 내용에 사용된 ‘모 동문을 책임진’, ‘동문을 책임진 사람으로서’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동문회장을 지칭하는 것과 같으며 이를 선거사무장과 공모해 발송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친박 단체의 선거운동에서 기각된 대법원판결에 인용되었던 ‘직접 명시하지 않아도 일반 선거인들이 단체의 명의 또는 대표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한다고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동문을 책임진’이란 표현이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으나 동창회장 명의로 발송됐기 때문에 누구나 인식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이는 민간단체의 모든 회장이 개인적인 선거운동마저 제한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률개정 수준의 해석이 되는 것이었고 개인자격의 회장과 다른 회원을 구분해 각각의 개인적인 선거운동을 달리하는 판단을 함으로써 개인의 선거운동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대법원 판결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상황에서 검찰이 상고한 사건에 대하여 기각한 정치적 판단의 판결문이었다.

A씨는 "이러한 판단은 ‘공직선거법상의 통장 및 주민자치위원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모든 민간단체장과 임원 등이 이에 포함돼야 하는 법률개정 수준의 판결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법위반 혐의를 기각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 판결로 이를 적용한다면 모든 민간단체의 지지성명이나 낙선운동 등 역시 이에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최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된 대상은 동창회장 혼자였고 고발 사유는 문구의 사용이 적정하냐의 문제였다. 그러나 검찰은 선거법의 공소시효 3일전에 참고인 신분이었던 사무장을 피의자로 전환하여 공범으로 기소하였는데 공소장 상의 법률적용과 공모사실이 소설 수준으로 작성되었다. 검사의 공소장과 판사의 판결문에 적시된 용어와 문구에서 발견된 사실은 선거법에 제시된 대량문자를 지칭하는 ‘동보문자’와 가능한 범위에 대한 기초적인 법률적인 지식조차도 전무한 수준이었다.

법률상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화된 법률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성문의 형벌법규에 의한 실정법질서를 확립하여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국가 형법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사실상 죄형법정주의의 한계는 오히려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가 가능한 현실을 만들고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강도 살인 등과 같은 전통적인 범죄의 경우도 사건의 특수한 경우의 수가 다양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사건에 대한 공통의 문제를 찾아 문자화한 성문법의 한계는 최초부터 내재된 문제였다. 더구나 사회가 복잡하고 전문화된 영역에서는 이에 대한 하나하나를 규정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 되었다. 그리고 민사상의 분쟁은 첨예한 이해관계의 특수성만큼의 경우의 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알려진 최초의 성문법은 기원전 18세기에 만들러진 함무라비 법전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남동쪽에 있던 바빌로니아에서 함무라비 왕이 282개 조에 이르는 성문법을 만들었다. 인류문명의 발전을 설명하면서 성문법의 발전은 문명의 기준이 되었다. 로마의 12표법이 기준이 된 로마의 법률은 기원후 6세기경 동로마 제국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로마대법전이 집대성되었다. 그러나 로마의 최전성기간인 천년 동안 불문법의 융통성을 최대로 발휘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법을 성문화하였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의 효율적 운용이 핵심이란 사실을 간파하게 된다. 근대민주국가의 태동이 봉건제와 부르조아의 대립에 의한 타협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의 법률체계는 마녀재판으로 유명한 종교재판의 봉건적 요소와 제국주의적 요소의 형식이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현대 법률제도의 모든 형식이 일제의 유산이 되어버린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사법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보다 더 분명해질 수 있다.

헌법은 사실상 한 나라의 모든 법률을 제정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 정신은 헌법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사실상 존재하는 모든 국가의 법률구조에 그 제정의 목적과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지 않고 구체적 사실에만 접근하는 경향을 가지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열된 복잡한 법률구조는 미처 규정하지 못한 사건을 찾아 다시 헤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의적 해석을 남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경우 제1조 목적에서 법률제목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고 필요한 조항에 목적과 취지는 이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다. 필요한 조항의 1항에 구체적 규정의 목적과 취지가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법률조항의 모순될 수 있는 조항을 스스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명시되지 않은 특수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되는 것이다.

모든 법률은 국회에서 만들고 법원이 이를 근거로 판단한다. 국회의원이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하여 법률을 심사한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 모든 법률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또한 사법기관의 판단을 책임진 법관이나 검사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영역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법률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남발하는 문제는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고 국가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법률에 대한 목적과 취지를 명시하는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안이다.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나 이를 해석하는 판사, 검사, 경찰, 변호사에 이르는 모든 이들이 인문학적 판단이 기준이 되어 올바르게 해당 사건에 접근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헌법에 제정되는 법률의 목적과 취지, 기술방식을 분명히 규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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