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경제선순환 구조 정착
우리나라의 엘리트체육은 그간 학교체육을 근간으로 하였다. 그리고 학교체육의 지도자 비리와 폐쇄적인 경기연맹의 운영은 엘리트체육의 본질을 흔드는 이유가 되어왔다. 학교체육이 전국적인 종목별 커넥션을 형성하며 학부모를 볼모로 잡아 기생하는 수준을 보여 온 것이다. 이로 인해 학교체육의 본질을 훼손하였고 종목별 국가대표선발에 이르기까지 불공정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2002년 축구국가대표팀은 히딩크의 영입으로 월드컵4강의 신화를 만들었다.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였던 당시의 또 다른 진실은 국가대표 선발에 공정성이 갖는 힘을 보여준 것이다. 인맥의 틀에 갇혀 있던 당시 엘리트 체육의 현실을 들어내었고 이는 전 종목에 걸친 현실임을 인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한 순간의 미풍으로 지나갔다. 지금도 이러한 커넥션이 세력화하여 뿌리가 깊다는 사실은 체육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체육계가 지금도 이러한 유착관계를 갖는 이유는 정치권과의 연결고리에 있다. 정치인의 선거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경기단체가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단체장 선임에 정부와 해당지자체가 개입하는 이유에서이다.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대한체육회로 통합되었다. 통합 대한체육회는 사단법인으로 문화관광체육부의 대행 사업을 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을 받고 있는 시·도 체육회와 시·군 체육회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종목단체와 시·도 종목단체, 시·군 종목단체를 회원단체로 하고 있다.
국가 유관단체의 문제는 오래된 숙제이다. 유관단체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대행사업의 실효성을 검증하여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고 정부로부터 완전한 독립적 구조를 이루어 자생적 구조를 만드는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관광체육부의 유관단체인 대한체육회의 실질적인 독립은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한 관련 법률의 제정을 필요로 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민간단체의 정관이 형편없을 정도의 수준이며 관련 규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기득권 싸움으로 조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관련 법률의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회원의 자격과 범위, 대의원의 회원 대표성 보장, 당연직 대의원의 제한, 이사회 구성과 임원의 선임방법, 감사기능의 독립성 보장 등 최소한의 정관 규정을 법률로 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적인 절차가 이루어져 특정개인이나 집단이 단체를 독점하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
엘리트체육의 기반이 생활체육에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대중성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는다. 엘리트 체육의 경쟁에서 소외된 전문 인력의 고용구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경쟁구도에서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는 치열함은 낙오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체육단체가 수행해야할 임무 중에 중요한 사실은 지도자 양성과정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학생을 위한 스포츠 교육활동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전반에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도 수행하여야 한다.
스포츠를 통해 국위선양이 목표가 되고 영웅을 만드는 국가주의적 스포츠정책을 표방하던 시대는 끝났다. 엘리트 선수는 10세 이전에 발굴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적어도 15세 이전에는 발굴되어야 한다. 그 동안 학교체육을 통해 양성되던 선수 중심 시스템도 개선이 되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학교교육에 있어 체육교육은 기초체력을 만들고 습관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를 통한 정신건강을 위한 스스로의 통제능력을 키우는데 있다. 스포츠 종목이 다양해지고 보다 전문화되어지는 현대사회에서 학교교육이 이를 온전히 감당하기에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문화적인 수요욕구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관련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학교체육의 목표는 이러한 민간의 문화 활동과 연결되어야 하고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클럽을 통해 경험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로구단 등의 전문적인 청소년 스포츠 육성 프로그램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그 수요를 충분하게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획일화된 선수선발은 지금과 같은 커넥션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엘리트 선수 선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되어야 한다. 이는 생활체육기반의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전문 지도자가 생활체육 전반에 역할을 수행하고 스포츠 단체의 회원구성과 대표성이 민주적으로 이루질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단체의 회원 역시 전문 체육인만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도 경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스포츠에 한정되어 이야기하였지만 문화 전반에 걸친 문제는 거의 동일하다. 문화·예술·스포츠 정책의 핵심은 인력관리에 있다. 전문가 집단과 민간 동우회 간의 연결을 관련 국가 유관단체가 대행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스포츠 분야는 치열한 경쟁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낙오되는 전문 인력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이다. 연간 해당 대학의 전공자 수만 명만이 아니라 아이돌 연습생 출신 및 스포츠 선수 출신, 해당 분야의 은퇴자 등 다양한 모습의 전문 인력을 고려하면 수십만 명의 기반인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의 가치와 그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는 시대를 접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미래 세대가 꿈을 꾸는 대상이 되고 있다. 해당분야는 필요한 기술습득을 위하여 어린 시절부터 숙달되어야 하고 많은 반복된 시간을 통해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오랜 시간 동안 기우리는 개인의 노력의 대가가 반드시 이루어질 수도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수많은 상실감을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사회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대부분이 인생이 피기도 전인 청년시대에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고뇌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주어야 하는 책임을 사회가 져야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의 가치와 그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는 시대는 대중이 이를 영유하고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최고의 운동선수나 예술가, 유명연예인이 존재하는 이유도 대중의 참여와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세계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대중의 문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삶의 질과 관련을 갖는다. 우수한 인력이 대중과 호흡할 수 있으며 청년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실용적인 방안이 되는 것이다. 문화의 기반은 문화 기반의 컨텐츠를 무제한으로 생산하며 문화예술 정책이 경제선순환을 현실화하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스포츠 정책에 대한 국가예산은 더 이상 소모성 예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모든 국가예산의 집행은 세출을 통해 마중물이 되는 방법을 찾아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스포츠 분야는 공공기관의 해당 분야 전문 인력도 부족하여 일반 행정직이 대부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관행적 예산집행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형식에 치우치는 예산의 집행을 지양하고 대중문화 컨텐츠 육성과 청년 문화인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에 집중되어야 한다. 문화관광체육부가 기본 메뉴얼을 만들고 관련 단체의 지도자 교육 대행과 관련 동아리의 감독, 코치, 강사 등의 파견, 학교현장에 투입되는 전문인력 등을 위한 지도자 인력의 지원사업 대행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대중문화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수행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문화와 스포츠 그리고 관광을 아우르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의 실용적 접근이 관광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문화의 발전은 결국 관광 사업에 의해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 관광을 발전시키기 위해 인위적인 대중문화를 만드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대중적인 관심과 자유로운 컨텐츠의 창의성이 관광을 이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관광정책이 그 자체로 융복합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컨텐츠의 조합은 문화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은 문화·예술·스포츠의 대중적 역량이 강화되는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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