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26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 관심도는 낮다. 대선에 가려져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방선거는 ‘검수완박’을 둘러싼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으로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갖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선 패배 설욕을 벼르는 더불어민주당과 새 정부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승리해야 하는 국민의힘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내홍을 겪던 각 당 공천 경쟁이 마무리되는 등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강원도지사와 강원도교육감 외에 18개 시·군 단체장과 시·군 의원 등의 지역일꾼을 뽑는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는 1952년 4월 최초의 의회 의원 선거와 이후 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1961년 5·16 이후 지방의회가 해산됐고 그 후 30여년간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던 중 1991년 3월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다시 시작됐고, 1995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동시에 선출함으로써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았다.
진영 간 치열한 다툼으로 끝이 난 대선 후유증이 아직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향해 가고 있는 국면이라 대선 2차전 또는 대선 연장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후보자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가장 대규모의 선거다. 지방권력 뿐만 아니라 지방 교육 행정 수장까지 선출하는 교육감 선거까지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우리 일상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자리가 선택받는 선거다. 중앙 권력은 국민의힘이, 의회 권력은 더불어민주당이 쥐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지방권력이 어느 쪽 승리가 되는지 여부에 따라 전체 판의 승부가 가려진다.
모든 선거가 중요하겠지만 지방선거가 중요한 것은 지방을 위해, 지방 사람들에게 헌신·봉사할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을 책임지고 추진할 지역 일꾼과 지방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핵심 원동력이다. 이런 이유로 지방선거는 주민들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선거가 과열·혼탁·비방전으로만 치닫는다면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부정적 인식만 더할 뿐이다.
후보와 정당은 주민의 삶과 지역 이슈를 정책과 공약으로 만들어 경쟁해야 하고 각 후보는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공약과 정책들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헛된 공약 남발 등을 깐깐히 살펴야 한다. 각 당과 후보자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 실현은 가능한지, 재원 조달 방법은 무엇인지, 또 지역 발전과 관련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 지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지방선거의 의미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선거라면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선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0.73%p 차이로 국민의힘에 패하면서 이번 지선을 만회를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대선 승리를 기반으로 지방선거까지 여세를 몰아 정국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가 이번 지방선거가 서로 물러날 수 없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전장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당 공천 등의 이유로 지방 정치가 중앙 정치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중앙정치의 수 싸움이나 벌어지는 바둑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는 유권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축제의 장인만큼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들의 인기영합적 유혹에서 벗어나 지역민의 질적 삶의 변화를 끌어낼 후보가 누구인지 가려내야 한다. 후보들 역시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역민들의 삶을 좌우할 정책과 공약 대신 구태의연한 정치문화를 보인다면 이는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이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혈연, 지연 학연을 떠나 지역과 주민을 위한 진정한 일꾼을 뽑는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됐으면 한다.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할 변수는 여러 가지다. 역대 선거처럼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지 여부는 주목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검수완박’과 새 정부 내각 구성에 대한 여론의 향배 역시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권교체기에 검수완박을 둘러싼 여야의 극렬한 대치 등 전례가 없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유권자가 지방선거를 통해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 정치권이 유권자의 무서움을 알아야 ‘막장 정치’를 막을 수 있다.
대선이후 정치권은 소통, 협치,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거를 앞 둔 시점에 국민들이 인식하는 정치판은 대결, 충돌, 갈등이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입으로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강조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여기에다 선거 성격이 국정 안정이냐 아니면 정권 견제냐하는 싸움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바야흐로 ‘윤심’과 ‘명심’이 충돌하고 대결하는 ‘오징어게임’이 되고 있다. 거리 유세와 검수완박 정국 중 어느 쪽이 지방선거 표심에 더 영향력을 행사할까.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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